이준석 "아무것도 없었던 韓이 이득"
김재원 "영수회담 명분에 李가 실리"
韓, 당 장악력 부족 부각됐단 지적도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사진=연합뉴스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미래권력의 ‘첫 정치력’ 대결. 한동훈 국민의힘·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간 ‘대표 회담’을 두고 나온 말이다. 대선에 한 발짝 다가선 이들의 회담은 누구에게 득이었을까. 야권에선 ‘한동훈 대표’를, 여권에선 ‘이재명 대표’를 사실상 회담의 승자로 평가하면서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양당 대표는 전날 대표회담을 통해 ‘공통공약 협의 기구 구성’을 포함한 8개 사항에 합의했다. 다만 ‘25만원 지원금법’과 ‘채상병 특검법’, ‘금융투자세 폐지(금투세)’ 등 관심이 모인 쟁점 법안에 대해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대표 간 독대를 포함한 '3시간 회담'은 ‘빈손 회담’으로 막을 내린 셈이다. 비쟁점 법안인 딥페이크 범죄와 AI·반도체지원, 저출생과 관련한 민생 의제에 대해서도 검토 수준에 그쳤다.

◇ 韓, 李와 체급 맞춰 '득'

이러한 회담을 두고 ‘보수 야당’인 개혁신당은 한 대표가 정치적인 득을 봤다고 분석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대표보다 한 대표가 득을 봤다”며 “한 대표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데 회담하는 모양새를 만들었다”며 "만나줄 이유가 없는데 만나줬다"고 말했다. 

'정치 신인' 한 대표가 '정치 선배' 이 대표와 당 사령탑으로 대등하게 마주 서면서 행정 경험과 연륜에 대한 체급 차이를 상쇄했다는 평이다.

당내 유일한 대권주자인 이 대표와 달리 한 대표는 당장 상대해야 할 여권 차기 ‘잠룡’이 여럿 존재한다는 점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 대표가 이 대표와의 회담을 통해 ‘양강’을 굳힌 만큼 차기 대권가도에 경쟁력을 갖추게 된 셈이다. 

이 의원은 다만 대표 회담 결과를 놓고 “(100점 만점에) 15점”이라며 “야권에서 본인의 위치가 확고한 이 대표와 달리 한 대표는 여권에서 어떤 결정권과 권한을 갖고 회담에 임했는지 물음표”라고 평가절하했다.  

◇ 李, 영수회담 요인 돼 '승'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한 대표의 리더십 한계를 드러내는 한편 이 대표는 '체급 키우기'에 대한 명분을 쌓았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투톱 체제다. 법안이나 국회에서 결정 사항은 원내대표가 의원총회를 거쳐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양당 대표가 공감대를 형성한 ‘지구당 부활’에 대해서도 “당내 중진 의원들 다수가 지구당 부활이 정치 개혁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비쳤다.

사실상 한 대표가 회담 안건을 자력으로 결정할 수 없다는 '원내 한계'를 에둘러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당 대표 간 ‘채상병 특검법’ 합의 불발을 두고 한 대표의 당 장악력 부족으로 연결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이 대표는 “한 대표의 모든 조건을 수용하겠다”며 사실상 특검법 우회로를 차단했으나, 한 대표는 “당내 이견 취합 중”이라는 취지로 거절 의사를 밝히면서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실권 없는 여당 대표의 한계”라며 “의료대란도 정부가 해결해야 하고 25만원 지원금도 정부가 동의해야 하는데 이를 놓고 한 대표가 합의해 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에 대해선 “자신의 사법적인 문제를 털어내고, 여당 대표와 맞서면서 다음에는 윤석열 대통령께 ‘영수회담 하자’고 요구할 근거가 마련됐다”며 “민주당은 ‘페인트 모션(속이는 동작)’을 쓰지만 실질적인 목적은 달성하는 정치적 실리를 많이 거두는 정당”이라고 말했다.

회담을 통해 '협치 무드'를 보인 여야 대표는 또다시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야 대표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민주당은 '한동훈 안'을 반영한 특검법 재발의를 예고하면서 정국은 경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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