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티드 카 서비스가 적용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커넥티드 카 서비스가 적용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미국 정부가 중국 및 러시아산 부품이나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자동차의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선언해 산업계 관심이 쏠린다.

이번 결정이 국내 완성차 업체들에 호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에 수출되는 국산차 중 미 정부가 지목한 국가의 부품 등을 사용하는 사례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상무부는 커넥티드카에 들어가는 차량연결시스템(VCS)이나 자율주행시스템(ADS)을 구성하는 부품 및 소프트웨어를 중국 및 러시아에서 직접 생산했거나 제작에 연관이 있을 경우 해당 차량의 수입 및 판매를 단계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안을 발표했다.

최근 미국과 중·러 간 무역분쟁 및 외교갈등 상황을 고려해도 상당히 강력한 조치로 평가된다. 하지만 미 정부가 안보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자국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적대적' 국가의 기술을 탑재한 차량의 수입·판매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레바논에서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통신수단으로 주로 사용하던 무선호출기(삐삐) 수천 대가 동시다발적으로 폭발,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수입산 전자기기로 인한 테러에 대한 경각심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현실적으로 중국 자동차 산업을 정조준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전기차 및 커넥티드카 분야에서 중국 업체들이 급부상하며 미국 자동차 산업을 위협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도 이번 규제안이 중국산 자동차의 미국 수출을 막고,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중국산 기술을 채택하는 것을 억제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BYD 시걸. 사진=BYD 제공
BYD 시걸. 사진=BYD 제공

국내 업체들에게는 위기보단 기회라는  것이 중론이다.

국내 대표 자동차 수출 기업인 현대차그룹은 커넥티드카 및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한다. 미국 수출분에 중국산 부품이 탑재되는 사례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 조지아 공장 등이 본격적으로 가동하면서 미국 현지 생산도 늘리는 추세다. 

중견 3사 중 GM 한국사업장도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GM 한국사업장은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 등 소형 SUV를 한국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데, 해당 차량에는 미국 GM이 자체 개발한 글로벌 커넥티비티 서비스 온스타가 탑재돼 이번 규정안과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코리아와 KG모빌리티는 현재 미국 수출건이 없어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산가포신항에서 선적 대기 중인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사진=GM 제공
마산가포신항에서 선적 대기 중인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사진=GM 제공

이밖에 국산 자동차 부품의 대미 수출 증대를 기대하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중단기적인 수요 예측이 어려운데다 국내 업체들의 생산 여력이 충분치 않아 국산차 업체들의 판매 증대에 따른 자연스러운 매출 증가 정도에 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최근 한국자동차연구원에서 발행한 '미국의 중국산 커넥티드카 사이버보안 규제 영향' 보고서에서 장홍창 선임연구원은 "제재 대상에 중국의 부품기업 외에도 중국 기술과 부품을 활용하는 글로벌 부품기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미국의 중국산 사이버보안 기술 규제를 국내 자동차 부품 수출 기회로 연결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 차원의) 적극적 기술 컨설팅과 인력양성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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