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브릿지론 줄이고 자기자본 사용 장려"...중소사들 화들짝
유안타·IBK·신영증권 MTS 리뉴얼...한화도 내년 상반기 출시
'PF 강자' 메리츠증권도 참전...거래·환전 수수료 전면 무료
[데일리한국 김영문 기자]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정부가 부동산 PF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의 주요 먹거리였던 브릿지론 수익 급감이 현실화됐다.
이에 중소 증권사들은 부동산 PF 사업의 수익성을 대체할 분야로 리테일을 택했으며 관련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연이어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를 개편해 출시했다. 특히 부동산 PF 강자이자 대형 증권사인 메리츠증권까지 고객 유치에 나서면서 리테일 시장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26일) 신영증권은 MTS인 '그린'을 개편했다. 공시와 같은 투자 정보를 실시간 알람으로 제공하며 AI 추천테마 등 투자자를 위한 다양한 콘텐츠도 마련했다. 또 고객이 자산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UI와 UX를 개선했다. 신영증권 측은 "이번 개편은 고객 맞춤형 디지털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지난 18일에는 IBK투자증권이 차세대 MTS '윙스'를 출시했다. IBK투자증권은 이번에 새로 MTS를 출시하면서 다양한 AI 서비스를 탑재했다. 알고리즘 AI 기반의 매매 신호 분석, 공시 AI 인사이트, AI 챗봇 등 여러 방면에서 AI를 활용했다. 이뿐만 아니라 미성년자 비대면 계좌 개설과 해외주식 소수점·적립식 주문 등 새로운 기능도 추가했다.
지난달 18일에는 유안타증권이 국내외 주식·선물옵션은 물론 금융상품 매매와 자산관리까지 갖춘 올인원 MTS '뉴 티레이더 M'을 내놓았다. 유안타증권은 새로운 MTS를 출시하는 데 초보투자자부터 프로투자자까지 누구나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투자 편의성 향상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중소형 증권사들의 잇따른 MTS 손질은 기존 주요 먹거리 사업이었던 부동산 PF 산업의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정책적으로 축소될 가능성도 높아져 이에 대응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당초 중소형 증권사들은 부동산 PF 사업 중에서도 브릿지론을 통해 많은 이익을 얻었다. 브릿지론은 시행사들이 부동산 개발 초기에 받는 대출로, 토지를 매입하는 데 주로 사용한다. 브릿지론은 프로젝트 극초반에 진행되는 만큼 리스크가 커 대형 증권사들은 대부분 취급하지 않았는데, 이 틈새시장에 중소형 증권사들이 진입해 비교적 높은 금리로 대출을 해준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신규 PF가 급격히 줄어 중소형 증권사들의 수익성에 타격을 입게 됐다. 지난해 BNK투자증권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78%나 줄었으며 iM증권은 적자전환했다. 이번에 새로운 MTS를 내놓은 IBK투자증권 역시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이 33.5%나 감소했다.
더군다나 지난 14일 정부가 '부동산 PF 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으면서 향후 중소형 증권사들의 브릿지론 중심의 수익 구조 탈피 필요성이 더욱 대두됐다. 정부는 기존 브릿지론 대출에 의존했던 부동산 PF 초기비용에 시행사의 자기자본이 사용되도록 장려할 예정이다. 부동산 PF의 안전성을 더욱 높인 이번 개선안은 시행사 등에 고금리 대출을 내줬던 중소형 증권사들엔 치명타다.
통상 증권사들의 주요 사업은 PF와 IB, 리테일 등이 꼽히는데, IB의 경우 기업들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다져나가야 하는 만큼 경쟁력을 높이는 데 다소 시일이 걸려 당장의 대체 수익사업으로는 리테일이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다. 이에 증권사들이 잇달아 투자자들과의 접점인 MTS를 재정비하는 것이다.
유안타증권과 IBK투자증권, 신영증권에 이어 한화투자증권도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MTS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부동산 PF 분야의 강자였던 메리츠증권도 리테일 전쟁에 참가했다. 자기자본 6조원이 넘는 대형 증권사인 메리츠증권은 경쟁사들에 비해 리테일 비중이 작었는데, 그동안에는 부동산 PF로 막대한 이익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PF 불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메리츠증권도 리테일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5일 Super365 계좌 보유 고객을 대상으로 국내·미국 주식 거래수수료와 환전 수수료를 완전 무료화한다고 밝혔다. 기존 증권사의 이벤트에서도 거래수수료 무료를 진행했으나 모두 거래소나 예탁결제원에 지불하는 제반 수수료는 모두 부과됐다. 그러나 이번에 메리츠증권은 제반 수수료까지 모두 회사가 부담한다. 이는 업계 최초다.
이번 메리츠증권의 참전으로 증권사들의 고객 유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