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다올투자·SK·케이프 등 신용등급 전망 '안정적→부정적'
연말까지 PF충당금 규모 상당…2분기 실적부터 영향 받아 고심
[데일리한국 장은진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지속으로 실적과 신용등급까지 영향을 받으면서 좌불안석인 상황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는 다올투자증권의 선·후순위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한국기업평가가 지난해 다올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지 6개월 만이다.
부동산 PF 리스크로 인한 신용등급 조정은 대형사들도 피할 수 없었다. 나신평은 하나증권의 신용등급 전망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로 내렸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인 데다 금융지주 모회사의 지원 여력이 충분한 증권사임에도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것이다.
이같은 나신평의 등급조정은 하나증권의 충당금 적립요인이 컸다. 하나증권은 국내·외 대체투자 관련 손상 인식으로 충당금을 쌓았다. 이뿐만 아니라 하나증권의 성장을 주도해 온 투자은행(IB) 부문의 이익창출력 저하된 것도 크게 작용했다.
실제 하나증권의 IB 수수료 점유율은 부동산경기 침체로 해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지난 2020년 하나증권의 IB 시장 점유율은 10%를 웃돌았지만, 지난해 반토막 수준인 5%대로 급감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또한 올해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됐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이 지난 3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기 때문이다
S&P글로벌은 세계 부동산 시장 둔화로 인해 증권산업의 하방 압력이 커진 점에 주목했다. 그 결과 향후 1∼2년 동안 부동산 관련 리스크가 국내 증권사들의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형사들의 신용등급마저 줄이어 하향 조정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증권사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업체들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증권사 신용등급 강등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저마다 충당금 쌓기에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2분기부터 대다수 증권사들이 충당금 적립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사들의 IB 관련 자산 대비 충당금 적립 비율이 평균 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공문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충당금 전액이 부동산 PF에 적립됐다고 가정하더라도 적립 비율은 약 15% 불과한 수준이다"라며 "지난해 4분기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라 상당수 증권사들이 충당금을 기존 계획 대비 추가 적립했음에도 여전히 충당금의 절대 규모는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