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규제완화‧그린벨트 해제 등 정부, 주택공급 확대 ‘올인’
‘스트레스DSR 2단계 시행’ 등 전방위 대출 규제 본격화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올해 부동산 시장은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정부 대책과 함께 수요 억제를 위한 대출 규제가 본격화된 한 해였다.

앞서 정부는 시장의 공급 부족 인식을 잠재우기 위해 1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공급 확대 정책을 발표했다. 첫 공급 대책에서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통해 자연스러운 공급 확대를 꾀했다면, 두 번째 공급 대책은 서울 그린벨트 해제를 포함한 8만가구의 양적 증대를 도모했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공급확대 정책과 달리 수요 억제 목적의 금융(대출) 대책은 정책 혼선에 따른 진통이 상당했다. 가계부채 축소 차원에서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과 은행권 가계대출 규제, 디딤돌대출 개편 등의 조치들이 이뤄졌지만 시장과의 소통 과정 없이 진행하면서 국민들의 정책 불신을 높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4월 국회의원 총선과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국내외 정책‧정치 불확실성이 고조된 올해 부동산 시장 주요 이슈들을 살펴봤다.

◇1.10 공급대책소형주택 세제 혜택 확대

1월 10일 새해 벽두부터 정부의 새로운 주택 공급대책이 발표됐다. 핵심 내용은 30년 이상 된 아파트의 경우 안전진단 통과 없이 재건축을 착수할 수 있도록 해 도심 내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여기에 다양한 주택 공급을 위해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에 적용되는 건축·입지규제를 완화하고, 소형 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도 담아냈으며 건설산업 활력 회복을 위한 공적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보증 확대와 관련된 정책들도 담겼다. 다만 이번 대책은 종합대책 성격이 강해 실제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들은 국회 논의와 실제 시행까지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 변경

1.10 공급대책에서 발표한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 개선 내용이 2024년 11월 14일 국회 본 회의를 통과했다. 법안 공포 이후 6개월 뒤 시행됨에 따라 2025년 6월부터 준공 후 30년이 지난 아파트들은 안전진단 통과 절차가 없더라도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절차의 첫 관문에 해당돼 D등급(A~E) 이하를 받지 못할 경우 재건축 추진 자체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안전진단(법 시행 이후 명칭은 재건축진단)을 사업시행인가 전까지 통과하면 된다. 법 개정 이후 평균 10~13년가량이 걸리던 재건축 사업기간이 2~3년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8.8 공급대책정비사업 단계 축소 및 재건축 부담금 폐지

정부의 두 번째 공급대책은 8월 8일 발표됐다. 주요 내용은 △서울 및 인근 지역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8만가구 이상 신규 공급 △재개발·재건축 특례법(가칭) 제정을 통한 정비사업 단계 축소 및 재건축 부담금 폐지 △빌라 등 비(非)아파트 구입자 청약 시 무주택 인정 범위 확대 등이다. 서울 및 서울 인근의 그린벨트를 활용해 2025년까지 총 8만가구를 공급하고, 기 추진 중인 3기 신도시와 수도권 택지 등에서 2만가구 이상을 추가 확대한다.

또한 기본계획과 정비계획 동시 처리 허용 등의 사업 절차를 간소화하는 정비사업 특례법 제정을 통해 2029년까지 13만가구를 조기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더해 주택 공급 상황이 정상화될 때까지 비아파트 무제한 매입과 전용면적 85㎡이하, 수도권 5억원, 지방 3억원 이하의 비아파트 구입자는 청약 시 무주택으로 인정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그린벨트 12년 만에 해제

정부는 8.8 공급대책의 후속조치 중 하나로 지난 5일 서울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수도권 신규택지 5만가구 계획을 발표됐다. 주요 위치는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2만가구) △경기 고양대곡 역세권(9000가구) △경기 의왕 오전왕곡(1만4000가구.4만호) △경기 의정부 용현(7000가구) 등이다.

정부는 오는 2026년 지구지정, 2029년 첫 분양, 2031년 입주를 목표로 보상절차를 서두르겠다는 계획이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노후계획도시(1기 신도시) 선도지구 13곳 3만6000가구 확정

지난 4월 27일 시행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1기 신도시 5곳에 대한 선도지구 3만6000가구 규모 재건축사업이 이달 27일 최종 확정됐다. 신도시 별로는 △분당 3곳(1만1000가구) △일산 3곳(8900가구) △평촌 3곳(5500가구) △중동 2곳(6000가구) △산본 2곳(4600가구) 등 총 13개 구역이다.

이 구역들은 사업성 개선을 위한 용적률 상향 및 고밀개발이 확정되며, 공공성 확보를 통해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도 면제된다. 향후 진행 계획을 살펴보면 2025년 특별정비구역 지정, 2026년 관리처분계획 수립, 2027년 착공 및 2030년 입주를 목표로 한다.

◇저출산 대책 일환 ‘신생아특례대출’ 시작

지난해부터 시행된 특례보금자리론이 올해 1월 말 종료되면서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신생아특례대출이 새롭게 시작됐다. 신생아특례대출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을 배제하며 2년 내 출산한 무주택가구, 부부 합산 연소득 1억3000만원(다음달 2억원으로 변경) 가구를 대상으로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5억원까지 저리대출이 가능하다. 자녀 수에 따라 변동되는 대출금리의 중간집계 현황을 살펴보면 평균 2.32~2.41% 수준으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대비 1.88~2.03%p 낮다.

◇한국은행 3년 만의 금리 인하 ‘피벗’

한국은행이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0.50%p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3.5%의 기준금리가 3.00%로 조정됐다. 10월의 인하는 38개월 만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이었으며 금리 인하 이력으로 판단하면 2020년 5월 이후 4년 5개월 만의 인하다. 최근 2년(2022년, 2023년) 동안 부동산 시장이 약세를 보였던 주요 원인이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 충격파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동산 시장에서는 호재성 이슈로 볼 수 있다.

다만 한국은행 총재의 언론 인터뷰처럼 급격한 인상 이후 급격한 인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만큼, 금리 인하가 시작된 것 만으로 레버리지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가계부채 우려에 전방위 대출 규제 본격화

주택 거래 증가와 금리 인하 기대감 등이 겹치면서 7~8월의 가계대출 규모가 월간 5~10조원 수준으로 역대급 폭증해 정부의 전방위 대출 규제가 본격화됐다. 금융위원회가 9월부터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적용을 발표하며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 1.5% 수준)를 통해 대출 한도 축소를 유도 중이며, 민간 시중은행 중심으로는 사실상의 가계부채 총량 관리 목적으로 주택 수, 갭투자 등에 따른 가수요 대출을 차단했다.

또한 정부 정책자금 대출인 디딤돌대출에 대한 방공제 적용 등으로 서민 실수요 대출까지 한도를 수천만원 가량 축소하면서 진성 실수요자도 대출 규제 환경에서 자유롭지 못한 국면이다.

◇PF시장 구조조정 및 구조재편

정부는 올해 5월12일과 11월14일 두 차례에 걸쳐 관계부처 합동으로 PF(프로젝트파이낸싱)시장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과 구조재편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5월에 발표한 PF 구조조정 방안의 실행 계획을 살펴보면 평가기준 개선을 통해 정상 사업장은 자금 공급을 강화하고, 사업성 부족 사업장은 재구조화와 경공매 처리 하는 등의 옥석가리기를 유도한다. 이를 통해 금융과 건설사 부실 가능성을 사전 차단할 계획이다.

11월 발표한 PF 구조재편 방안은 사업진행 초기의 자기자본비율을 현재 5%내외 수준에서 20~40% 상향해 사업의 안정성을 높이고, 안정적인 개발 및 운영이 가능하도록 한국형 디벨로퍼(부동산종합회사)를 육성할 계획이다.

◇전·월세 및 분양가 '고공행진'

전세사기와 역전세 이슈가 지배했던 2023년 상반기와 달리 2024년 서울과 수도권 전세가격은 1년 넘게(2023년 하반기부터 16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또한 국내 3대 시세조사 기관에서 조사된 10월 기준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를 살펴보면 부동산R114가 150.29, KB국민은행 117.9, 한국부동산원 103.85로 나타났다. 각 조사 기관의 기준 시점과 조사 방식이 각각 다르지만 모든 기관에서 조사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축아파트 분양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2023년 평균 3508만원 수준에서 2024년 4989만원으로 1년 만에 40% 폭증했지만 청약경쟁은 과거보다 치열한 모습이다.

한강 수자인 오브센트 견본주택 현장. 사진=한양
한강 수자인 오브센트 견본주택 현장. 사진=한양

◇달아오른 서울 청약시장…평균 ‘155대 1’ 경쟁률

서울지역 분양아파트 청약경쟁률은 2021년 평균 164대 1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이후 2022년 11대 1 수준으로 크게 축소됐다. 이후 2023년 57대 1로 과열 수준에 올라섰고 올해에는 155대 1로 역대급 기록을 넘보고 있다. 청약경쟁률이 가장 치열했던 2021년은 매매가격 급등과 묻지마 청약 등이 횡행하던 시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4년에도 얼마나 치열한 시장 상황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다만 서울 외 지역의 청약경쟁률은 철저히 양극화된 모습이다. 서울 외 평균 청약경쟁률은 △전국 13대 1 △수도권 20대 1 △지방 5대광역시 3대 1 △기타지방 11대 1 등으로 서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잠잠한 수준이다.

◇청약통장 ‘41년 만의 개편’…납입금 10만원→25만원 상향

지난달부터 청약통장에 대한 월 납입 인정액이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상향됐다. 월 납입 인정금액이 늘어나는 청약통장 개편은 1983년 이후 41년 만에 처음이다. 이 외에도 청약통장 제도 운영에 다양한 변화들이 있었다. △미성년 납입 인정기간 2년→5년 △청약통장 최고 금리 2.8%→3.1% 상향 △기존 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 전환 허용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 신설 △당첨자 선정 시 통장 가입기간 우대 △소득공제 한도 240만원→300만원 상향 등이다.

◇서울지역 아파트 고점가격·고점거래량 회복

서울 1~3월 아파트 월평균 거래량이 3000건 수준이었지만 7월에는 9000건을 돌파하며 연초 대비 3배 이상 거래량이 늘었고, 과열기로 인식되는 2021년 이후 3년여 만에 월간 거래량이 가장 많았다. 거래량이 늘어나자 가격도 대부분 지역에서 고점 가격 수준을 회복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2021년의 고점가격 대비 회복 수준(%)을 살펴보면 서울 7개 구에서 과거 고점 가격을 이미 회복(100%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서울 전체 평균도 2021년 말 기록했던 고점을 모두 회복(100% 수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의 고점가격 대비 상대적으로 회복 정도가 빠른 곳은 △송파(108%) △용산(103%) △양천(102%) △강남(102%) △서초(101%) △강동(101%) △광진(101%) 등으로 확인돼 서울 주요 핵심(고가)지역이 다수 포함돼 있다.

◇국내 총선·미국 대선 등 정치적 이슈…시장 불확실성 확대

올해는 두 건의 큰 정치 이벤트가 있었던 시기다. 우선 4월10일 치러진 22대 국회의원 총선 결과 여당(국민의힘) 108석, 야당(더불어민주당) 175석으로 범야권 의석수가 21대 대비 늘어나면서 현 정부가 그동안 적극 추진하던 부동산 세제 개편 등의 법 개정 이슈의 추진 동력이 크게 약화됐다.

여기에 11월 5일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서 트럼프 대통령 2기 집권이 확정되면서 관세 부과 등의 무역전쟁이 고조될 조짐이다. 이 때문에 수출 중심의 국내 경제성장률 예측치가 불확실성 확대 영역에 들어갔다. 국내 정책 불안전성은 물론 국외에서의 예측 불가능한 외부충격(외환 갈등, 전쟁 발발 등)이 일상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내년 대한민국은 부동산 시장은 물론 거시 경제 전반에서도 수많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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