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에 금융권 영향
적격비용 재산정·실손보험 개혁 등 여파 이어질 듯
당국·업계, 과제 해결 의지 보이며 향후 가능성 ↑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최동수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촉발된 탄핵 정국이 금융권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당국의 입김이 상당히 반영되는 보험·카드 등 2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여파가 클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의 중요 보험 정책이었던 '실손보험 개혁'이나 카드업계가 주목하는 '적격비용 재산정' 등의 제도 추진에 차질이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선 현 정부의 국정운영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만큼 해당 법안이나 제도 시행이 늦춰질 수는 있어도 무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도 있다. 정권과 무관한 구조개혁 과제로 기본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불씨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멈췄던 현 정부의 실손보험 개혁안은 지난 14일 탄핵소추안 가결로 당분간 표류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당초 금융당국과 보건복지부는 이달 말 비급여·실손보험 개선안을 중심으로 한 '의료 개혁 2차 실행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윤석열 대통령도 관계 당국에 "연내에 개선 방안을 도출하라"고 지시했지만 탄핵 정국으로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사실상 해체되면서 개선안 도출의 동력도 크게 떨어졌다.

이에 앞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도 지난 12일 "최근 어려운 상황으로 의료 개혁 방안 논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의 개혁안을 기대했던 보험 업계는 대책 수립에 들어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상계엄 선언 이후 대한병원협회·대한중소병원협회·국립대학병원협회 등 병원 3단체가 의개특위 참여 중단을 선언해 특위 운영이 멈춰버렸다"면서 "윤 대통령이 직무 정지 상태에 들어가면서 의개특위는 사실상 해체 상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4000만명이 가입되어 있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 개혁은 보험업계의 숙원사업 중 하나다. 불필요한 비급여 진료를 받고 보험료를 타가는 일부 소비자와 이를 이용하는 비도덕적 의료인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진료를 받고서도 높아지는 보험료를 감당해야 하는 선의의 피해자가 생겨나면서 개혁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실제 이러한 1~3세대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보험료는 낮추고 자기부담금을 높여 2021년 7월 출시된 4세대 실손보험은 출시 초반 효과를 봤지만 손해율이 다시금 높아지면서 개혁 필요성이 제기됐다. 4세대 위험손해율은 2021년 61.2%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131.4%까지 치솟으며 3년여 만에 2배 이상(114.7%) 악화했다.

손해율 악화가 이어지고 있지만 탄핵 정국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면서 추진 동력은 사실상 소멸됐다는 게 업계 정론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올해 안에 새 실손보험 출시가 결정되어야 했지만 이러한 개혁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윤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빠르면 권한대행 정부, 늦으면 새로 뽑힐 정부에서 다시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제5차 보험개혁회의에 참석,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제5차 보험개혁회의에 참석,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 숙원사업 미뤄지며 수익성 위기

카드업계 역시 이번 윤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그간 준비했던 업계 숙원사업 추진을 뒤로 미루게 됐다. 카드사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적격비용 재산정 역시 연내 당정협의회와 여야 간 논의를 거쳐 재산정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탄핵 정국 탓에 사실상 내년 초로 연기될 전망이다.

적격비용 재산정은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결정하기 위해 카드사가 부담하는 비용을 주기적으로 재계산하는 제도다. 사실상 카드사 핵심 수익원을 좌우하는 열쇠임에도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현행 규정상 3년마다 재산정해 꾸준히 인하돼 왔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통상 내년부터 3년간 적용될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을 결정할 적격비용 재산정 방향성은 연말에 발표됐는데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일정이 불확실해졌다"고 설명했다.

가장 최근 재산정된 2021년까지 14차례 하향 조정되자 카드사들은 지속적인 수수료 인하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적격비용 산정 방식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중소형 카드사들의 경우 수수료율 추가 인하 시 사업 존폐가 거론될 정도로 업계 최대 이슈 중 하나다.

여신금융협회 여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기존 적격비용 및 우대 수수료 제도를 지속할 경우, 국내 카드사의 총자산이익률(ROA)은 오는 2027년에 1.1%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카드사의 지급 결제 부문의 수익 감소로 영업 환경이 불안정하다며 역성장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한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와 가맹점 등 이해관계자간 조율이 빠르게 이뤄지기 위해선 재산정 안이 지금은 나왔어야 된다"며 "다만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산적한 국정 현안 과제에 밀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시간 걸려도 기존 계획 연이어 추진

계엄 사태 이후 2금융권의 숙원 사업 일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일각에선 업계와 당국의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는 만큼 기존 계획들은 계속 추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금융당국은 내년 출시되는 4.5세대 실손보험료 결정을 위해 '실손보험료 산출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이와 함께 '실손 계약 재매입 TF'도 병행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보험개혁회의에서 "보험개혁회의 과제들을 당초 계획과 일정에 따라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며 "실손보험 개혁도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한 중요 핵심과제인 만큼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적격비용 제도와 관련된 카드업계의 움직임 역시 지속적으로 나오는 만큼 해당 제도의 폐지, 존폐 등은 조만간 결론이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카드사 노조 등을 비롯한 카드업계 안팎에서는 적격비용 제도의 폐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카드사들의 반발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이번 적격비용 재산정 과정에서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하하는 대신 카드사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재산정 주기를 조정해 주는 방안이 도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업계 적격비용 재산정의 중요도가 뒤로 밀릴 수 있지만 카드사들의 장기적인 운영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만큼 기존 계획은 이뤄질 수 있도록 업계가 노력할 예정이다"라며 "당국 역시 내수 부진 등으로 가맹점 수수료율을 올릴 가능성은 낮은 만큼 현행 유지와 인하 폭에 따른 대응 방향을 고려해 보겠다는 입장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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