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10년 만에 최대 수준 건전성 악화
대응 체력 갖추고 서둘러 부실 채권 정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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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국내 카드사들이 올 상반기 1조5000억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거두며 실적 방어에 성공했지만 연체율은 10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치솟는 등 자산건전성 악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 기조로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으로 급전을 빌렸던 차주들이 빚을 못 갚는 상황이 연이어 발생하자 카드사들은 수익성이 개선됐음에도 웃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카드업계는 향후 부실에 대비해 건전성 악화에 대응할 체력을 갖춰나가고 있다. 금융당국도 부실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장 정리 등 적극적인 부실채권 감축을 통한 자산 건전성 개선을 지도할 방침이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BC·하나·우리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은 총 1조499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1조4168억원) 대비 822억원(5.8%) 증가한 수치다.

총수익은 7865억원으로 △카드대출수익 1942억원 △할부카드수수료수익 1711억원 △가맹점수수료수익 1313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대출수익과 할부카드수수료수익, 가맹점수수료수익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며 "엔데믹 전환 이후 결제 자체가 늘어나 수익으로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순이익은 늘었지만 자산건전성은 악화됐다. 올 상반기 카드사의 연체율은 1.69%로 집계되며 지난 2014년(1.69%)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말(1.63%) 대비 0.06%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특히 카드대출채권 연체율은 3.60%, 신용판매채권 연체율은 0.91%를 기록하면서 카드사 전체 연체율을 끌어올렸다.

카드사의 부실채권 비중도 늘었다. 카드사의 6월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17%로 같은 기간 0.03%포인트 상승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순이익만 보면 실적 개선으로 볼 수 있지만 건전성 악화는 치명적이다"라며 "연체율이 높다는 건 향후 카드사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중·저신용자 '풍선효과'로 몰리며 연체 급증

카드사의 골칫거리가 된 연체율 급증은 최근 카드론으로 중·저신용자들이 몰리면서 발생했다. 경기 부진이 계속되면서 서민 대출 창구인 저축은행과 대부업 대출이 어려워지자 취약 차주가 대출이 상대적으로 간편한 카드론을 선택한 것.

실제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1조2266억원으로 전달 말 40조6059억원 대비 6207억원(1.53%) 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카드론 잔액은 지난해 12월 38조7613억원을 기록한 이후 7개월 연속 증가세다.

카드사 관계자는 "2금융권이 연체 부담으로 인해 중저신용자 대출을 꺼리면서 취약계층의 급전 창구인 카드론 잔액이 불어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카드사가 꾸준히 감소한 가맹점 수수료로 인해 본업인 신용판매로 돈을 벌기 어려워지자 수익성 높은 대출성 자산을 확대하면서 부메랑을 맞은 것이라고 지적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지난해부터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카드론을 꾸준히 늘려왔다"며 "고금리가 이어지는 상황에 차주들이 상환하지 못하며 카드사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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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산건전성 안정적…대응할 체력 있어

다만 이러한 우려에 대해 카드업계와 금융당국은 수익성과 자산건전성이 안정적인 수준이며 건전성 악화에 대응할 체력을 갖춰나가고 있다고 자신했다. 실제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카드사 대손충당금 적립률(107.5%)은 전년 말(109.9%) 대비 2.4%포인트 하락했지만 조정자기자본비율은 20.3%를 기록하며 모든 카드사가 경영지도비율(8%)을 크게 웃돌았다.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비중을 뜻하는 레버리지배율 역시 5.4배(규제 한도 8배 이하)로 전년 말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또 카드사들은 2분기 실적 공개를 앞두고 부실채권 매각을 서둘러 진행하면서 건전성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올 상반기 현대카드는 대부업체 등에 채무조정 등을 진행 중인 부실채권을 4차례 양도했으며 신한카드도 3건의 채권양도를 진행했다. 우리카드(2건)와 롯데카드(2건), KB국민카드(2건)는 채권 매각을 진행했고 하나카드는 상반기 4건의 채권 양도와 부실채권을 매각을 동시에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역시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어 여신전문금융사 자산건전성 및 유동성 상황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경·공매 등을 통한 부실 PF사업장 정리 등 적극적인 부실채권 감축 노력을 통해 자산건전성을 제고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카드론 등의 취약 차주 대출이 장기간 계속되면 해결할 수 없는 악성 부실채권이 되는 만큼 건전성 관리를 위해 카드론 공급을 조절하고 본업인 신용판매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연체율 등 건전성 관리가 우선되어야 향후 위기 대응이 수월하다"며 "적격비용 개선 등 근본적인 구조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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