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탄핵에 요동치는 환율…1500원 돌파 가능성 높아져
KDI·산업연구원·KIEP 등 국내 환율 관련 부정적 전망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김소미 기자] 산업계가 나날이 치솟는 원·달러 환율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불황에 고환율 위기까지 덮치면서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다.
석유화학, 정유, 항공 등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업종의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기업들은 환율 리스크 완화와 비용 절감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겹치며 고환율 장기화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31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30일 원·달러 환율은 1472.5원에 거래를 마쳤다. IMF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환율 급등…산업계 전방위 '충격'
환율 상승은 석유화학, 정유, 철강업계 등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에 치명적이다.
일례로 LG화학은 올 3분기 기준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순이익이 5918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포스코도 같은 조건에서 당기순이익이 5835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전량 달러로 원유를 수입하는 구조 탓에 환차손이 불가피하다. 원유 결제 시점 환율이 오르면 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이는 실적 악화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와 이차전지 업계 역시 직격탄이다. 항공사들은 항공기 리스료와 항공유를 달러로 결제해야 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이 직접적인 추가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아시아나항공은 원·달러 환율 10% 상승 시 3645억원 손실이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330억원 규모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경영계획에서 환율을 1289원으로 잡았으므로, 환율이 1500원으로 오른다면 환차손만 693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 등 이차전지 업계는 해외 공장 설립 및 외화 부채 상환 과정에서 환율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 3분기 보고서를 보면 원·달러 환율이 10% 뛰면 순이익은 2388억원 감소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지난해 말 원·달러 환율 예상치(257억원)을 훌쩍 뛰어넘은 규모다.
이미 달러 부채(3분기 기준)는 6조8284억원으로 전년 말(4조2179억원) 대비 2조6105억원 증가한 상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환 위험 관리를 위한 별도의 전담 부서를 운용하고 통화선도계약과 통화스왑계약을 각각 체결하고 있지만, 규모가 수백억원대 수준이라 고환율에 대응하긴 역부족이란 평가다.
SK온은 배터리 3사 중 부채가 가장 크게 뛴 것으로 나타났다. SK온은 환율이 5% 오르면 177억원의 법인세차감전순손실이 예상된다. SK온의 올 3분기 외화 부채는 3조4379억원에 달한다. 전 분기(2조5695억원) 대비 1조원 가량 늘었다.
문제는 환율 상승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내년 초 환율이 1500원대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단 점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대내외 악재가 겹쳐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며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환율 변동성을 높이고 있다"며 "추가 탄핵 논의나 외국인 자금 이탈이 현실화되면 1500원 돌파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연구원은 원화 가치 하락이 1년 내내 이어지면 대규모 기업집단 영업이익률은 더 하락할 것으로 진단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실질실효환율(원화의 실질 가치)이 10% 하락(환율 상승) 하면 대규모 기업집단 영업이익률이 0.29%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격보다 기술 경쟁 중심으로 변한 수출 전략이 환율 상승에 따른 매출 증대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산업계는 내년도 사업계획과 환율 기준을 전면 수정하며 환율 충격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화, 환율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헤지 전략 등이 주요 방안으로 거론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환율 변동성이 심화되면 기업들이 장기 투자 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특히 원자재를 해외에서 조달해야 하는 수출기업조차 환율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