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50원대…원유 수입 환차손 급증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김소미 기자] 정제마진 반등으로 국내 정유업계의 4분기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감돈다.
하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무겁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하는 고환율이 이어지면서 수익성 회복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에쓰오일의 4분기 영업이익은 약 1789억원으로 직전 분기(-4149억원) 대비 흑자 전환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역시 3분기 4841억원 적자에서 291억원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분기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는 약 1조4000억원을 넘어선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평균 10% 하락하고 글로벌 경기 둔화로 정유제품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정제마진 역시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4~5달러를 밑도는 등 수익성이 악화됐다.
하지만 4분기 들어 정제마진 반등에 성공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과 11월 정제마진은 미국 걸프연안 정제설비 가동 차질, 유럽 난방유 수요 증가, 아시아 항공유 수요 확대 등의 영향으로 상승했다. 특히 등유와 경유 등 주요 석유제품 스프레드(수익률 차이)가 확대됨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의 수익성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고평가손익도 회복세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선을 회복하면서 재고평가손실이 감소, 수익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고환율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9월 말 1320원에서 12월 말 1477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정유사들에게 직접적인 비용 부담으로 작용한다.
통상 정유업계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연간 환차손(환율 변동에 따른 손해)이 약 1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본다.
국내 정유업계가 연간 수입하는 원유는 10억 배럴 이상으로 파악된다. 에쓰오일의 경우 지난해 4분기에만 약 5500억원의 환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평균 가동률도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평균 가동률은 79.5%에 머물렀다. 12월에도 83.5%를 넘지 못했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정기보수 등의 영향을 받은 결과다.
국내 정유사들은 비(非)정유 신사업 다각화로 돌파구를 찾는다. 지속가능항공유(SAF), 재생합성연료(E-fuel), 바이오선박유 등 친환경 연료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 반등으로 4분기 실적 회복을 기대할 수 있지만, 고환율과 글로벌 경제 둔화라는 구조적 문제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마련해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