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고층 아파트 붕괴로 수백명 사상자
사고소식 보도 후 간부들 직접 사과까지
민심 동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듯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지난 13일 평양시 평천구역의 건설장에서 주민들이 쓰고 살게 될 살림집(주택) 시공를 되는대로 하고 그에 대한 감독 통제를 바로 하지 않은 일꾼들의 무책임한 처사로 엄중한 사고가 발생하여 인명피해가 났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어 생존자 구조와 부상차 지료를 위한 국가적인 비상대책기구가 꾸려졌고,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선우형철 인민내무군 장령(장성) 등의 간부들이 지난 17일 사고현장에서 유가족과 평천구역 주민을 만나 위로·사과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고발생 경위와 인명피해 규모는 설명하지 않았다.
한국정부 관계자도 이날 "13일 오후 평양시 평천구역 안산1동의 23층 아파트가 붕괴됐다"며 "북한에서는 건물 완공 전에 입주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 아파트에도 92세대가 살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내부적인 사건과 사고를 좀처럼 공개하지 않는 북한의 이 같은 행동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에서는 각종 건설장에서 완공을 빨리하라고 독려하면서 크고 작은 사고가 적지 않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인명사고에 대해 주민들에게 바로 공개한 것은 질산암모늄을 적재한 화차가 폭발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진 2004년 4월 평안북도 용천역 폭발사고였다. 이로 인해 150여명이 사망하고 1,3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용천역 일대는 흡사 폭격 현장처럼 폐허로 변했다. 북한은 당시 의료와 구호체계 미비 등 자체 능력으로는 수습과 복구를 감당하기 어려워 이례적으로 국제사회에 구호와 도움을 요청해 국제적십자사 등 국제단체와 각국의 구호물자가 전달된 바 있다.
통신은 "원수님께서 이번 사고에 대하여 보고받으시고 너무도 가슴이 아프셔 밤을 지새우셨다"고 밝힌 김수길 평양시당 위원회 책임비서의 말을 전하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북한이 이번 사고로 인해 발생할 민심 동요 여부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사고가 난 평천구역에 평양의 핵심 계층이 주로 거주하고 있다는 점도 북한의 이례적인 움직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각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염두에 두고 북한 당국이 주민의 생명과 생활에 그만큼 신경 쓰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도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