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KBS를 항의 방문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KBS 기자들이 길환영 KBS 사장에게 책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아울러 노조는 부적절한 처신으로 물의를 빚은 간부 사원들의 퇴진을 요구했다.

KBS노동조합은 9일 '초유의 유족 항의 방문… 사장이 책임져라'라는 성명서를 발표해 "어제 오후부터 오늘 새벽까지 합동분향소와 KBS 앞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응하는 KBS 간부들의 행태는 과연 이들이 공영방송 경영진으로서 최소한의 자질이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어쩌다 KBS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가?"라고 탄식했다.

노조는 "길 사장은 비겁했다"면서 "유족 마음을 달랠 상황임에도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KBS노조는 "공영방송 사장이라면 당연히 이들을 진정성 있게 맞이하고 진솔하게 대화했어야 했다. '보도국장의 발언은 와전된 측면이 있지만 유족들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는 점에서 진심으로 사과한다. 관련자들은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 그리고 앞으로는 유족들을 더욱 배려하고 보듬는 방송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어야 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유족들을 달래고 추락한 KBS 이미지를 바로 세우기 위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고 했다.

노조는 "(박근혜) 대통령도 험한 꼴을 각오하고 유족들과 만나고 두 번 사과를 했다. 총리는 물세례를 받고 차 안에 감금까지 당했다. 그래도 불평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KBS사장이 뭐 그리 대단한 자리이기에 앞마당까지 찾아온 유족들을 4시간 넘게 밖에다 세워놓고 매몰차게 돌려보낸단 말인가?"라고 길 사장에게 따졌다.

노조는 이준안 취재주간과 정창훈 경인방송센터장 등이 전날 안산 분향소에서 유족들에게 봉변을 당해 입원한 걸 KBS가 보도한 것도 비판했다. 노조는 "병원에 가서 치료받는 것까지는 좋다. 그걸 꼭 보도자료로 만들어서 언론에 뿌리고 아침 뉴스광장에 리포트까지 해야 했는가. 자식 잃은 유족들의 다소 감정적인 행태를 문제 삼아 그들을 꼭 폭행과 감금의 가해자로 몰고 가야 했는가. 참으로 치졸하고 졸렬하다. 참으로 부끄럽다"고 했다.

노조는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에게는 사실상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임창건 보도본부장은 유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도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일련의 사태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김시곤 보도국장 역시 본인의 발언이 와전되고 악의적으로 왜곡됐다고 주장할지라도 본인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인해 조직 전체가 흔들리고 KBS뉴스의 신뢰도가 급속도로 추락하는 단초를 제공했다면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당당하게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노조는 "지금은 추락한 KBS뉴스의 신뢰를 어떻게 하면 최대한 빨리 회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문제 간부에게 철저하게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전사적으로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며 "누가 과연 KBS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가? 이 모든 책임이 길 사장에게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KBS노동조합은 그 책임을 끝까지 묻고 KBS를 다시 국민의 품으로 되돌리기 위한 총력 투쟁을 강고하게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은 전날 영정을 들고 서울 여의도 KBS를 찾아가 김시곤 보도국장의 부적절한 발언을 거세게 항의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김시곤 국장은 지난달 말 한 부서와 회식 자리에서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서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건 아니다"라고 발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비난을 샀다. 김 국장은 또 지난달 28일에는 뉴스를 진행하던 한 여성 앵커가 검은색 정장을 입고 오자 주의를 주고 담당 부서를 찾아가 "검은 옷을 입지 말라"고 지시해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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