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날 “전 애인”과 도주하거나 잠적해버리는 스토리는 드라마의 단골 주제이기도 한데요, 사랑하는 연인이 어느 날 갑자기 혼인을 거부한다면 그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겁니다.
이처럼 어느 일방이 약혼을 부당 파기하는 경우,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사례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A(약혼남)와 B(약혼녀)는 교회에서 만나 10개월 정도의 연애를 한 후, 결혼식장까지 예약을 하게 되는데요, 결혼을 불과 보름 앞둔 시점에 B와 그의 부모는, A와 A의 부모에게 파혼을 통보합니다. B는 파혼의 사유로 A의 몸에서 심한 냄새가 나고 지저분하며, A가 B의 의사를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신혼집 아파트를 매수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는데요, 이는 근거 없는 주장일 뿐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① A와 A의 부모가 약혼해제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고 그 위자료 액수는 A는 700만원, A의 부모는 각 200만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으며 나아가 B에게 ② 웨딩홀 계약금, 청첩장 인쇄대금, 신혼여행 비용에 대한 손해도 배상할 책임이 있음을 판시하였는데요,
한편, B의 A에 대한 예단비 반환 청구에 대하여는 약혼 파탄의 유책사유가 있는 당사자의 청구라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와 같이 약혼의 부당파기가 있을 경우, 책임 있는 상대방에게 그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주의할 것은 약혼이 부당파기 되었음이 인정되려면, 당사자들 사이에 장차 혼인하기로 하는 진실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음이 인정되어야 하는데요,
단순한 연인관계에서 일방이 변심했다고 하여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입니다.
[곽노규 변호사]
▲ 이화여자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제53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43기
▲ 법무법인 산하 가사상속팀 수석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