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중 일방이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다며, 이혼 소송을 제기하였지만 그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판례(서울가정법원 2012드단 755○○7판결)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지 마비로 20년 이상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배우자에 대한 이혼 청구를 기각한 사안입니다.
B(아내)는 자연분만의 방법으로 C를 낳다가 자궁출혈 문제로 인해 자궁척출수술을 받게 되었고, 위 수술 과정 중 경부척수 손상으로 사지마비가 되었습니다.
이후 B는 20년간 병원 중환자실에서 입원해 있으면서 운동능력, 호흡근 능력이 상실되었고 판단능력은 정상이나 겨우 타인과의 의사전달 및 적은양의 식사만을 섭취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A(남편)는 B기 입원한 이후 초기 몇 년 동안은 병원에 열심히 다니면서 B를 간호하기도 하였으나 이후 방문이 뜸해지다가 최근 10년 간은 병문안을 거의 가지 않았고, C가 6살 정도 되었을 무렵에는 D를 만나 사실혼 관계로 지냈으며, C는 D를 친모로 인지하고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B가 입원한 지 20년이 경과한 시점에 A는 B를 상대로 “20년 동안 정상적인 부부로서의 생활을 하지 못하였고 부부공동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 혼인생활을 강제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이혼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법원은 “B와 A가 부부공동생활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해 보이는 사정은 인정되나, 이 상황은 B가 C를 출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B에게 그 어떠한 책임도 물을 수 없고, C를 출생한 병원 측에서 병원치료비를 부담하고 있는바,
A가 경제적 희생도 감내할 필요가 없으며, B는 가족의 보살핌과 간호가 절실한 상황임에도 A는 B를 방치하였는바 A의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나아가 법원은 B가 “A와 D의 사실혼관계를 인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B가 A와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함에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는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았는데요,
부부간의 동거·부양·협조의 의무에 대하여 생각해볼만한 판결이 아닌가 싶습니다.
[곽노규 변호사]
▲ 이화여자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제53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43기
▲ 법무법인 산하 가사상속팀 수석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