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혼인신고를 먼저 하였는데, 미처 식을 올리기 전에 파혼하게 되었다면 그 혼인의 효력은 어떻게 될까요?
A(예비신랑)와 B(예비신부)는 만난 지 4개월 만에 혼인하기로 하고 양가부모의 상견례를 거쳐 혼례식 날짜도 정하고 청첩장도 만들고 예식장도 예약합니다.
A는 신혼집을 구하던 중에 SH공사에서 신혼부부에게 장기전세주택을 우선 공급한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고, 이에 B에게 혼례식 전 미리 혼인신고를 하자고 설득하여 결혼식 2달을 앞두고 둘은 혼인신고를 하게 됩니다.
A와 B는 신혼부부 우선 공급 대상 평형에 청약을 하였으나 순위가 밀려 분양은 받지 못합니다.
그런데 B는 결혼을 보름 앞두고부터 더 이상 결혼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고 하면서 결혼준비를 중단하였고 급기야 10일 전에는 “저는 결혼을 이어갈 마음이 깨져서 이에 제 마음을 전달하였으며 A가족 측에서 소송으로 나올 시 이에 응할 것입니다”라는 메모를 A와 A어머니에게 작성하여 줌으로써 혼인 해소 의사를 명백하게 밝히는데요,
결국 A와 B는 혼인신고만 한 채 단 하루도 동거하지 못하고 혼례식도 올리지 못하였습니다.
이후, A는 “혼인 후 살집을 마련하고자 미리 혼인신고를 하였을 뿐인데 B가 혼인하는 것을 거절함으로써 혼례식은 물론 동거하거나 생계를 같이 하는 등 혼인관계의 실체를 형성하지도 못하였으므로, A와 B의 혼인은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법원에 혼인무효 등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게 되는데요,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합니다.
“민법 제815조 제1호에 혼인 무효의 사유로 규정된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란 당사자 간에 사회통념상 부부로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결합하여 생활공동체를 형성함으로써 참다운 부부관계의 설정을 바라는 혼인 의사의 합치가 없는 것을 말하고, 혼인이 성립하기 위한 혼인의 합의는 혼인 신고 당시에 존재하여야 한다.
A와 B가 혼인신고 당시 장차 신혼집으로 사용할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 우선 공급 청약을 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혼인신고를 하였음은 인정되고,
B가 A의 강력한 주도에 따라 수동적으로 흥하여 혼인신고까지 마친 뒤 혼례식 날짜가 임박하자 A와 혼인할 수 없다는 마음을 굳힌 사실은 인정되나, 이러한 점만으로 A와 B 사이에 혼인 신고 당시 혼인의 합의가 없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혼인은 참다운 부부관계의 설정을 바라는 혼인의사의 합치가 있고 이에 따른 혼인신고가 마쳐지면 성립하고 그 뒤 실제로 참다운 부부관계가 설정될 것을 조건으로 하는 것은 아니므로 A와 B가 혼인신고 뒤 B의 혼인의사 철회로 인하여 혼인관계의 실체를 형성하지 못하였다고 하여 혼인이 소급하여 무효로 되는 것도 아니다”
A와 B가 장기전세주택 우선 공급 청약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혼인신고를 한 점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역시 신혼집 준비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혼인의사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인데요,
위 판결은 혼인 신고 당시 혼인의 합치에 대한 의사가 있으면 족하고 이후의 사정으로 혼인의 효력이 부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곽노규 변호사]
▲ 이화여자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제53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43기
▲ 법무법인 산하 가사상속팀 수석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