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이지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①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졌거나,
②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입니다.
따라서 아무리 시일이 경과하였다고 하더라도 유책 배우자의 유책성이 상쇄되거나 상대 배우자의 고통이 약화된 것이 아니라면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는 당연히 받아들여지지 않게 되는데요,
유책 배우자의 두 번째 이혼청구마저 기각되었던 사건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A(남편)와 B(아내)는 1988년경 혼인신고를 하고 슬하에 두 자녀를 두었습니다.
결혼 10년차 쯤, A는 B와 상의 없이 저축한 돈과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을 형들에게 모두 빌려주었으나 이를 변제받지 못하여 재산을 모두 탕진하였고 이듬해에는 약 1억원의 채무마저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A와 B는 이 문제로 자주 다투었는데 그러던 중 B는 A에게 5년 이상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내연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A의 외도가 발각되자 A는 적반하장으로 이혼을 요구하면서 외박을 하였는데요, 그 무렵 A는 가출을 하고 B에게 이혼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후 부부는 계속하여 별거를 하면서, A는 퇴직하기까지 B에게 매달 생활비 150만원을 송금하였는데요, A가 생활비를 보내주지 않는 달이면 B는 A의 회사로 찾아가 생활비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A는 15년이 경과한 2018년경 다시 B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위 A의 이혼청구에 대하여 부산가정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합니다.
“A가 자신의 유책행위에 대하여 진지하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지 않았다고 보이는 점,
A가 별거기간 동안 B에게 지급한 돈은 B와 자녀들의 생활비를 충당하기에 부족한 금액이며, 위 돈도 정기적으로 지급하지 않아 B가 생활비를 받으러 A의 직장을 방문해야 했던 점,
B와 자녀들은 A의 가출과 이후의 경제적 및 정서적으로 무책임한 행동으로 인하여 현재까지도 고통을 받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하면,
A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B 및 자녀들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에 해당한다거나 A의 유책성과 B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되지 아니한다.”
이와 같이 법원은 A의 이혼청구를 재차 배척하였는데요, 응당 타당한 판결로 보입니다.
[곽노규 변호사]
▲ 이화여자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제53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43기
▲ 법무법인 산하 가사상속팀 수석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