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는 대량 생산을 목적으로 우수한 품질을 갖춘 나무에서 씨 없이 뿌리나 줄기로 접을 붙여 번식하는 방식으로 재배된다. 그런데 전세계 바나나 수출의 95%, 작황의 45%를 차지하는 캐번디시 품종은 씨가 없어 뿌리줄기를 잘라 번식시킨다. 세계에서 팔리는 바나나가 사실상 한 나무나 다름없는 셈이다. 캐번디시 품종은 바나나에 치명적인 Foc-TR4 곰팡이 균에 특히 취약하다. 곰팡이병이 창궐하면 당연히 바나나 가격이 폭등할 것이다. 이건 가정이나 예측이 아니다. 이미 1950년대 주류 품종이 푸사리움 곰팡이병으로 사라진 바 있다. 캐번디시 품종은 당시 품종의 후계자격이다.
한국은 사실상 모든 바나나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가격에 민감하다. 소비자들이 바나나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최근의 바나나 가격은 어떻게 변동했을까? 데일리한국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문의한 결과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가락농수산물시장의 바나나 도매가는 큰 변동이 없었다. 13kg짜리 특품 한 상자의 평균 가격은 2만8,054원(2013년 3월), 3만2,218원(2013년 4월), 3만4,210원(2013년 5월), 3만1,243원(2013년 6월), 2만8,145원(2013년 7월), 2만4,098원(2013년 8월), 2만3,936원(2013년 9월), 2만4,218원(2013년 10월), 2만2,732원(2013년 11월), 1만9,232원(2013년 12월), 2만2,155원(2014년 1월), 2만5,786원(2014년 2월), 2만9,200원(2014년 3월)으로 변동을 거듭했다. 올 3월 가격이 지난해 3월보다 되레 내려간 걸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도매가가 1만원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곰팡이병이 전세계로 빠르게 퍼지고 있는데 왜 한국의 바나나 가격은 큰 변동이 없는 것일까.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나나 곰팡이병이 중남미 바나나 산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바나나의 90%가량을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한다. 당분간 바나나가 ‘금나나’가 될 일은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