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건에 2만원"…치솟는 프로모션 비용

해외도 마이너스, 의도된 적자 폐기해야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코로나19 수혜업종으로 꼽히는 배달 플랫폼들이 적자 고민에 빠졌다. 단건 배달(한 번에 주문 1건만 배달) 경쟁이 가속화 되면서 라이더(배달원)들을 잡기 위한 프로모션 비용이 급격히 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건당 배달료가 최대 2만원까지 치솟으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적자개선을 위한 비상 회의를 정례화하고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최근 열린 비상회의에서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이대로 가다간 지속가능 경영을 담보할 수 없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츠를 운영하는 쿠팡도 지난 3월 미국 증시에 상장한 이후 7개월간 세 차례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 총 9000억원을 수혈 받았다.

쿠팡은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2938억원의 자금 중 상당 부분은 쿠팡이츠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의 이같은 행보는 단건배달 서비스 경쟁이 심화하며 마케팅 경쟁에 불이 붙은 결과다.

쿠팡이츠는 라이더 유치를 위해 최근 건당 배달료를 최대 2만원까지 지급했다. 또 첫 주문 고객 대상 1만5000원 쿠폰 제공하는 등 고객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배민도 시장 점유율 지키기 위해 맞대응 전략을 펼쳐왔다.

양사의 주도권 다툼이 심해질수록 적자도 커지고 있지만 어느 곳도 수수료 정상가를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정상가 수수료율이 배민은 '주문금액의 12%+배달비 6000원', 쿠팡이츠는 '15%+6000원'이다. 하지만 배민과 쿠팡이츠는 주문 한 건당 프로모션 요금으로 '중개수수료 1000원'과 ‘배달비 5000원(고객과 식당이 분담)'만 받고 있다. 돈이 들더라도 시장을 선점하고 보자는 '의도된 적자'에서다.

그러나 IT업계에서는 이같은 전략은 폐기 수순을 밟아야한다고 지적한다.

해외사례에서 보면 더 잘 알 수 있다. 푸드딜리버리 기업의 경쟁 심화와 적자 누적은 해외에서도 현재진행형이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인수합병(M&A)도 활발하다.

유럽의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JET)는 미국 2위 음식배달업체 그럽허브를 73억 달러에 인수했다. 도어대시도 독일의 플링크에 투자를 단행했으며, 딜리버리히어로(DH)도 퀵커머스 스타트업 고릴라스의 지분 약 8%를 최근 확보했다.

투자가 늘어나는 만큼 적자 고민은 깊다. JET는 올 상반기 매출이 26억 유로로 지난해 동기보다 52% 급증했으나, 1억9000만 유로의 적자를 봤다. 유럽 시장 확대에 나서며 배달 프로모션·가맹점 확장 등 마케팅 비용을 대거 지출한 영향이다.

DH도 경쟁에 맞불을 놓으며 올해 상반기 9억1810만 유로의 적자를 냈다. 도어대시와 우버이츠 역시 구조적 적자에서 허덕이고 있고, 인도의 조마토도 기업공개(IPO) 직후인 올 1분기 연결 순손실이 4779만 달러에 달한다.

데마에칸 등 일본 푸드딜리버리 회사도 적자의 늪에 빠져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결국 소모적 출혈 경쟁을 지양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익성이 계속해서 개선되지 못한다면 추후 소비자들을 위한 서비스 품질도 떨어질 수 있다.

이에 해외에서는 수익성 개선을 위한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미주·유럽에서는 이미 20~30%대에 달하는 주문 수수료를 책정하기도 했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배달 앱 시장은 e커머스·검색포털·페이·모빌리티 등 영역으로 확장성·융합성이 커 다른 산업 분야에서 많이 뛰어들 것”이라면서 “서로의 시장을 잠식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러 사업자 간에 출혈 경쟁이 이어지고 있어 이를 넘어설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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