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LX그룹 회장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LX그룹은 지난해 LG그룹을 떠나 독립 경영의 기반을 갖추는 데 집중했다. 계열 분리를 통한 그룹 출범(5월)과 지분 정리(12월)를 짧은 시간에 이뤘다. ‘홀로서기’에 나서기 위한 법적 요건을 갖추는 데 성공한 것이다.

올해는 ‘완전한 홀로서기’에 나선다.

9일 재계에 따르면 LX의 독립 경영을 위해 가장 필요한 작업은 오는 5월로 예정된 공정거래위원회의 계열분리 승인 절차다. 이를 위해선 공정거래법에 따라 일정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각 회사의 동일인 지분 3% 미만 △임원의 상호 겸임과 내부 부당거래 금지 등이다.

이중 지분 보유 3% 미만은 지난해 12월 완료됐다. 구본준 LX 회장은 보유 중이던 ㈜LG 지분 7.72% 가운데 4.18%를 매각했다. 1.5%는 LG 공익법인에 기부했다. 아들인 구형모 LX홀딩스 상무를 포함해 구 회장 일가가 보유한 ㈜LG 지분은 2.96%로 낮춰졌다.

공정위가 가장 꼼꼼히 살펴볼 부분은 내부거래 상황이다. LX는 LG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높다. 특히 주력 계열사로 떠오른 LX세미콘에 신경써야 한다.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지난해 매출 1조8988억원 가운데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LG계열사들을 대상으로 한 수익이 약 70%에 달한다. 내부거래 의혹을 벗기 위해선 매출 구조를 다변화하는 데 지속적으로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

해법 중 하나는 인수합병(M&A)이다. 구 회장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LG 고문을 지내며 M&A 노하우가 풍부한 그는 지난해 9월 한샘과 12월 한국유리공업 인수 등의 ‘빅딜’을 추진하는 등 LX에서도 공격적인 투자 태세다. 일각에선 구 회장이 투자전문 지주회사를 설립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구 회장이 신사업 발굴을 위해 유력 차기 총수로 꼽히는 구 상무의 활동 폭을 넓힐 가능성도 크다. 구 상무는 LG전자에서 약 7년간 신사업 발굴 관련 기획과 전략 업무를 맡은 바 있다. 현재 LX홀딩스에서 담당하는 분야도 경영기획이다. M&A 실무 일선에 서 있는 셈이다.

구 상무가 운신의 폭을 넓히는 것은 경영 승계 작업과도 관련이 있다. 실제 구 회장은 지난해 12월 구 상무에게 지분 일부를 증여하며 경영권 승계의 닻을 올린 바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LX홀딩스의 최대주주는 20.37%의 구 회장이다. 이어 구 상무가 11.75%로 2대주주다. 구 회장은 차후 안정적인 경영 승계를 위해 훗날 회장직에서 물러날 때 구 상무에게 최대주주 지위도 넘길 것으로 보인다.

구 상무의 첫 경영 능력 시험대는 현재 추진 중인 한국유리공업 M&A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구 회장의 딸인 구연제씨의 행보도 주목된다. 구씨의 LX홀딩스 합류는 시간문제라는 재계의 관측이다. 구씨 역시 구 상무와 함께 지분을 증여받으며 LX홀딩스의 지분 8.78%를 보유한 3대주주로 올라섰다. 구씨는 모 벤처캐피털에서 투자 기업 발굴 등 M&A 관련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X 경영의 중심축인 구 회장 일가가 모두 M&A 활동에 열중인 셈이다. 홀로서기 2년차를 맞은 LX에 대한 가장 큰 관심사로 M&A가 떠오른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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