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장서희 변호사] 팀 버튼의 대표작 영화 '가위손'은 가위손을 가진 인조인간 에드워드(조니 뎁)가 한 소녀를 사랑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그린다.

에드워드를 만든 박사는 그의 손을 평범하게 바꿔주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급사하고 만다. 그렇게 가위손을 가진 채 성에 홀로 남아있던 에드워드는 어느 날 화장품을 팔기 위해 찾아온 펙 아주머니를 만난다. 그녀를 따라 마을로 내려온 에드워드는. 창백한 얼굴과 가위손까지 보통 사람들과는 너무도 다른 면면들로 인해 세간의 관심을 끈다.

에드워드는 펙의 집에 살면서 가위손으로 정원의 나무들을 멋지게 깎아내고 강아지 미용뿐 아니라 사람들의 머리 손질까지 해주면서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게 된다. 어느 날엔 얼음을 조각하며 눈이 오지 않던 마을에 처음으로 눈 오는 풍경을 선사해 펙의 딸 킴(위노나 라이더)을 감동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남다른 에드워드에게 마을에서의 생활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에드워드는 사랑하는 킴을 떠나 성으로 홀로 돌아오게 된다. 킴은 오랜 시간이 지나 할머니가 되어서도 에드워드가 여전히 성에서 잘 살고 있다고 믿는다. 마을에 평화롭게 내리는 눈을 보고서 말이다. 

이 아름다운 영화는 할리우드의 귀재이자 악동인 팀 버튼의 장점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으로 유명하다. 또한 에드워드를 연기한 조니 뎁과 킴 역을 맡았던 위노나 라이더의 실제 열애로 인해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위노나 라이더에 대한 조니 뎁의 사랑은 각별하기로 유명했는데, 그 일례로 조니 뎁이 한 문신이 아직까지 회자된다. 당시 조니 뎁은 팔뚝에 “위노나 포에버(WINONA FOREVER)”라는 문신을 새겨서 그녀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표현했다. 그의 맹세와 달리 두 사람이 이별한 뒤에도 문신은 한동안 그대로 남아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 그 모습은 ‘와이노 포에버(WINO FOREVER)’로 바뀐 상태다.

문신은 자유로운 의사표현이자 개성의 발현으로 사랑받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법률상 엄격히 규율된다. 지난해 12월 한 타투이스트는 문신 시술을 이유로 기소되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우리나라는 1992년 대법원 판결 이후로 문신 시술을 의료법상 의료행위로 해석(91도3219 판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의사 면허 없이 문신 시술을 하는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로 보아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된다(의료법 제27조 제1항, 보건범죄단속법 제5조).

2001년에는 기소된 타투이스트가 의료법과 보건범죄단속법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지만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2003헌바71). 이와 같이 현행법상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은 없으나 판례에 따라 문신 시술에 대한 형사처벌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해 재판에서도 타투이스트는 문신을 의료법으로 규율하는 것은 문신 시술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고 직업의 자유 및 예술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해당 규정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비의료인 문신 시술자가 형사처벌을 받는 현행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국민 건강을 고려해 문신을 의료행위로 보는 견해는 존중되어야 하겠지만 의료인 외의 문신 시술을 일체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게 현실을 도외시한다고도 볼 수 있다. 문신에는 표현이나 예술의 의미도 있는 만큼 이를 선택하려는 사람들의 표현의 자유나 직업선택의 자유와도 연관된다. 문신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한편으로 문신에 관한 개인의 자유가 충분히 존중될 수 있도록 엄격한 전문자격화 도입을 통한 문신의 합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요즘이다. 

■ 장서희 변호사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를 졸업한 뒤 중앙대 영화학과에서 학사와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법률사무소 이헌의 대표 변호사다. 영화를 전공한 법률가로, 저서로는 '필름 느와르 리더'와 '할리우드 독점전쟁'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