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장서희 변호사] 최근 넷플릭스에서 ‘소년심판’이라는 법정 드라마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가상의 공간 연화지방법원의 소년형사합의부에 부임한 심은석(김혜수) 판사가 소년들의 범법 행위를 심판하는 내용이 그 줄거리이다. 드라마는 법망을 피해 악행을 서슴지 않는 촉법소년들과 이들을 배태한 우리 사회를 통렬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촉법소년이란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을 말한다(소년법 제4조 제1항 제2호). 이들은 형법을 위반하더라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우리 형법이 만 14세 미만의 행위자가 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형사미성년자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형법 제9조). 이에 14세 미만의 소년은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더라도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소년심판'의 배경이 된 소년형사합의부는 소년 보호사건과 형사사건을 동시에 다룬다. 그러나 실제로는 소년보호재판은 가정법원 또는 지방법원 소년부에서 단독판사가 담당하며, 소년 형사재판은 형사법원이 맡게 된다. 소년 형사재판은 일반적으로 14세 이상 19세 미만 소년(범죄소년)에 대한 형사재판을 말하는데, 예외적으로 일부 촉법소년에 대한 형사재판도 포함된다.
소년법에 따르면, 법원은 14세 이상 19세 미만 소년의 사건에 관해서도 그 동기와 죄질이 금고 이상의 형사처분을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형사재판을 받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소년법 제7조, 제49조 제2항). 그러나 현실에서 촉법소년에 대한 형사재판 회부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소년범들은 소년 보호재판을 통해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촉법소년 제도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현행 보호처분의 수위가 국민정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보호처분 가운데 가장 중한 처분은 2년 이내의 장기 소년원 송치이다(소년법 제32조 제1항 제10호). 성인 못지 않게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다 하더라도 14세 미만이면 길어야 2년을 소년원에서 보내는 것으로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보호처분은 전과 기록으로 남지 않는다.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행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낮추어 14세 미만의 소년들도 보호처분이 아닌 형사처벌을 받게 하자는 취지다.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이 14세로 정해진 시점은 형법이 제정된 1953년이다. 그로부터 70여년이 경과한 지금의 소년들은 신체적, 정신적 성숙도나 정보력에 있어서 당시 아이들과 현격한 차이가 있다. 이에 만 12세 정도면 자신의 행위에 형사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상당하다.
촉법소년 제도를 관장하는 소년법의 목적은 소년 범죄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데 있다. 교화라는 본래의 목적을 생각한다면 소년에 대한 처벌 강화가 능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세간의 우려처럼 14세 미만은 처벌받지 않는다는 왜곡된 인식이 소년 범죄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촉법소년 제도를 손보는 방안은 고민할 가치가 있다.
최근 법무부에서도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는 방안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다는 보도가 있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형법과 소년법의 개정을 필요로 하는 만큼 법무부뿐 아니라 국회의 법 개정 노력이 필요하다. 드라마에서부터 대선공약까지 촉법소년 제도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머지않아 소년범죄에 대한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봐도 좋겠다.
■ 장서희 변호사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를 졸업한 뒤 중앙대 영화학과에서 학사와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법률사무소 이헌의 대표 변호사다. 영화를 전공한 법률가로, 저서로는 '필름 느와르 리더'와 '할리우드 독점전쟁'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