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기업서 모빌리티 기업으로"…현대차그룹, 미래 모빌리티 사업 집중
2021년 그룹 역대 최고 실적 쌓았지만, 지배구조 개편 여전히 남은 과제
보스턴 다이내믹스, '그룹 지배구조 개편·미래 모빌리티 전략'서 중요성 부각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박현영 기자] “경쟁 업체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성능과 가치로 전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돼야 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내연기관차 시대에는 우리가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였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모든 업체들이 공평하게 똑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다”며 그룹 임직원을 독려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현재까지는 경쟁사를 빨리 따라잡는 기업이었다면,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는 가장 앞서가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실제 정 회장은 취임 후 그룹의 사업 범위를 자동차 영역에서 미래 모빌리티로 본격 확장시켰다. 현대차그룹이 신성장 분야로 선정해 집중 육성하고 있는 분야는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사업, 자율주행, 로보틱스,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등이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세계가 주목할 만한 사업 비전을 잇달아 발표했다.
‘하이드로젠 웨이브’ 글로벌 온라인 행사를 열어 수소사업의 비전을 밝혔으며, 세계적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도 인수했다. 또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 그룹 계열사들은 글로벌 이슈인 ‘탈탄소’ 실현을 위해 2045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을 선언했다.
◇ 2021년 역대 최고 실적…정의선 미래 모빌리티 전략 밑거름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실적은 정 회장이 취임 후 받은 실질적인 첫 성적표다. 그룹 주요 계열사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2021년 매출액 117조6106억원, 영업이익 6조678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3.1%, 178.9% 증가한 수치다. 현대차의 매출액은 역대 최대치이며, 영업이익 역시 2014년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기아도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기아는 지난해 매출액 69조8624억원, 영업이익 5조65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각각 18.1%, 145.1% 증가한 수치이며, 특히 2010년 회계기준을 새롭게 도입한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밖에도 현대차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 현대위아 등 주요 계열사들도 견실한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총 매출액은 약 283조 4000억원을 기록, 전년(242조5000억원)보다 17% 증가했다. 이들 계열사의 총 영업이익은 약 17조 5600억원으로, 전년(7조1900억원)과 비교해 144% 급등했다.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해 실적은 정 회장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에도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회장 역시 ‘올해 친환경 선두 브랜드 위상을 확고히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 회장은 “그룹이 추구하는 미래 최첨단 상품의 경쟁력은 인공지능을 비롯한 소프트웨어 원천기술 확보 여부에 달려 있다”면서 “우리가 그동안 신성장 분야로 선정해 집중 육성하고 있는 자율주행, 로보틱스, UAM과 같은 미래사업 영역에서 스마트 솔루션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지배구조 개편, 정의선 회장의 남은 과제
정 회장이 안정적으로 그룹 경영을 이어가기 위해선 ‘지배구조 개편’이 넘어야할 과제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국내 10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현대모비스(21.4%)→현대차(33.9%)→기아(17.3%)→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정 회장이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0.32%만 가지고 있다는 것. 낮은 지분율은 외부 공격에 취약한 약점이 되고 있다. 이에 정 회장은 지분율을 올려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정 회장의 지분이 많은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을 추진한 바 있다. 순환출자 구조의 고리를 끊고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4년간 지배구조 개편에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정 회장은 올해 1월 5일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칼라일그룹에 매각했다. 매각한 지분은 정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 지분 10%다. 현대차그룹 측은 ‘현대글로비스의 주주가체 제고’와 ‘시장 불확실성 해소’를 매각 이유로 들었지만, 업계에선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위한 자금마련 차원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으로 6100억원(정몽구 명예회장 지분 포함)을 현금화했다. 이어 지분 11.7%를 가지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추진해 3000억~4000여억원을 더 확보한다면, 지배구조 개편 실탄을 마련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업계에선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가 상장 후 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지난 1월 말 현대엔지니어링은 지속적인 금리 인상과 광주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로 주식이 얼어붙은 상황을 고려해 상장을 철회했다. 정 회장의 지배구조 개편 과제도 다시 무기한 연기되고 있는 모양새다.
정 회장은 이달 뉴욕오토쇼에 앞서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지배구조 개편은 정답과 어떤 모범 답안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페이스에 맞춰서 (지배구조 개편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밝혔다.
◇ 로보틱스, 지배구조 개편과 미래 모빌리티 전략 발판
업계에선 글로벌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정 회장의 지배구조 개편에 활로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인수할 당시 평가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기업 가치는 약 11억 달러(약 1조2500억 원)에 달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는 최근 미래 모빌리티 흐름에 따라 지속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인수 당시 정 회장은 개인돈 2500억원을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투자했다. 이에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나스닥에 상장될 경우 정 회장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과 지배구조 개편 모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지난 1월 정 회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2에 직접 참석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성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30년 가까이 연구해온 ‘로보틱스’와 ‘메타버스’를 결합한 ‘메타모빌리티’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시한 것.
정 회장은 “로보틱스를 기반으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을 ‘메타모빌리티’로 확장할 것이며, 이를 위해 한계 없는 도전을 이어가겠다”면서 “현대차의 로보틱스 비전이 인류의 무한한 이동과 진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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