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신지하 기자]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신사업은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친환경, 모빌리티, 바이오테크 등 다양한 분야까지 확대해서 기회를 찾아야 하며, 스타트업, 벤처캐피털 등과 협력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고 기존과 다른 비즈니스를 만드는 ‘뉴 투 빅’(New to Big)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올해로 취임 3년차를 맞은 허태수 회장의 '뉴 투 빅' 경영 전략이 속도를 내고 있다. GS의 투자 역량을 강화해 그룹의 미래 신성장동력을 발굴·확보하겠다는 것으로, 허 회장은 그룹 총수에 오른 이후 줄곧 강조해 왔다.
허 회장은 2019년 12월 형인 허창수 회장에 이어 GS그룹의 새 회장직을 맡았다. 그는 고(故) 허만정 GS그룹 창업주의 손자이자 고 허준구 명예회장의 막내아들(5남)이다. 서울 중앙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콘티넨털은행, LG투자증권 런던법인장 등 해외 근무를 거치며 글로벌 금융 감각을 익혔다.
허 회장은 2002년 GS홈쇼핑 전략기획부문장 상무, 2007년 GS홈쇼핑 대표이사 사장, 2015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GS홈쇼핑 대표로 지내던 기간 홈쇼핑을 해외로 진출시켰고, 모바일 쇼핑에 투자해 사업구조 다변화도 이루며 그룹의 리더로서 평가받았다. 또한 그룹 내 디지털 혁신 전도사로 불리며 혁신과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 국내 지주사 첫 CVC 'GS벤처스' 설립
GS그룹은 올해 1월 국내 지주회사 중 최초로 기업주도형벤처캐피탈(CVC) 전문회사인 'GS벤처스'를 설립했다. 본격적으로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 확장에 나선 것으로,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새 사업 기회를 찾으려는 허 회장의 '뉴 투 빅' 전략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GS벤처스는 GS그룹의 지주회사인 GS가 자본금 100억원을 전액 출자해 지분 100%를 소유한 자회사로 설립됐다. GS벤처스는 바이오·기후변화대응·자원순환·유통·신에너지 등 5개 분야 국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직접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GS벤처스는 최근 금융감독원에 신기술 사업금융업 등록을 마쳤다.
특히 GS벤처스는 초기 설립 및 자금 유치 단계의 스타트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후 단계에 대한 투자는 GS 및 각 계열사와 협력할 계획이다. 결성하게 될 펀드에는 GS와 GS의 주요 계열사들이 출자자로 나서 투자 시너지를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GS그룹은 이미 2020년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CVC해외법인인 GS퓨처스를 출범시켜 해외 혁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진행해 왔다. 이번 GS벤처스의 설립으로 GS그룹은 국내와 해외에 각각 CVC 자회사를 두고 국내외 스타트업에 전문적인 투자활동을 펼쳐나갈 수 있게 됐다.
허 회장은 "변화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 미래성장으로 나아가려면 다양한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사업 생태계를 확장해야 한다"며 "혁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협력은 미래성장을 위한 핵심 전략"이라고 말했다.
◇ 휴젤 품은 GS, 바이오 투자에도 '속도'
GS그룹은 지난해 8월 국내 1위 보톨리눔 톡신 기업인 휴젤을 인수하며 의료 바이오 사업에 진출했다. 그동안 재생 가능한 식물 자원을 원료로 한 화학제품이나 바이오 연료에 사용되는 '산업 바이오' 사업을 해왔지만 '의료 바이오'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GS그룹 측은 "휴젤 인수는 기존의 산업 바이오 사업뿐 아니라 친환경 그린 바이오 등 그룹의 바이오 사업을 다각화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GS그룹은 허 회장 취임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허 회장은 "휴젤을 그룹의 바이오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육성해 미래 신사업인 바이오 사업을 더욱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1분기 성적표도 '활짝'
GS그룹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며, 허 회장의 신사업 발굴과 신성장동력 확보 전략에도 한층 힘이 실릴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GS그룹은 지난 한 해 2조580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순이익도 1조6003억원으로 역시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GS그룹은 "지난해 에너지 관련 자회사들의 실적 개선으로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며 과거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조기에 극복했다"며 "정유 부문의 경우, 석유 수요 회복에 따라 정제 마진이 개선됐고 유가 상승에 따라 재고평가 이익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GS그룹은 올해 1분기에도 자회사 GS칼텍스의 호실적에 힘입어 1조242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GS그룹은 "GS칼텍스가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과 정제마진 개선에 따라 호실적을 달성했다"며 "발전 자회사들도 양호한 실적을 내면서 전반적으로 실적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GS칼텍스는 1분기 영업이익 1조812억원을 거두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허 회장은 올해 경영방침으로 '불확실성 대응을 위한 사업 생태계 확장'을 제시했다. 그는 "코로나19의 출현이나 불안정한 글로벌 정세,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사업환경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며 "어느 때보다 변화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 미래성장으로 나아가려면 다양한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사업 생태계를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회장이 강조하는 사업 생태계란 GS의 계열사 간 협업뿐 아니라 외부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 사모펀드, 그리고 다양한 영역에서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과의 교류와 협력관계를 증진시켜 불확실성에서 비롯되는 위험과 기회에 대응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게 GS의 설명이다.
◇ GS그룹, 5년간 21조원 투자·2만2000명 신규채용
GS그룹은 오는 2026년까지 5년간 21조원을 투자해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전체 투자액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0조원을 신사업과 벤처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다. 석유화학 소재사업 확대와 해외 자원개발 투자 등 에너지부문에 14조원을 투자한다.
GS그룹 관계자는 "앞으로 5년간 2만2000명을 신규 채용한다"며 "지난 3년간 연평균 채용 인원 대비 약 30% 늘어난 규모"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