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에서 엔지니어들이 누리호 엔진을 정비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에서 엔지니어들이 누리호 엔진을 정비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화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우리나라 독자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누리호의 발사 성공은 민간 우주‧항공 기술의 진일보를 뜻한다. 국내 300여개 기업의 땀과 노력이 누리호 프로젝트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누리호의 심장인 엔진 개발을 담당한 한화그룹의 우주산업 전략에 시선이 모인다. 누리호의 제작부터 교신까지 무결점 성공에 총체적으로 관여하며 기술력을 입증해서다.

6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는 우주산업 전반의 밸류체인 구축에 나서고 있다. 발사체 제작은 물론 위성 통신 등 서비스 분야에도 손을 뻗기 시작했다. 지난 70년간 그룹의 기반을 다진 방산 산업을 넘어 우주 산업에 미래를 건 것이다. 게임체인저는 우주산업에 뛰어든 계열사의 컨트롤타워인 ‘스페이스 허브’다.

한화의 우주‧항공 산업 총괄 본부인 스페이스 허브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꾸린 태스크포스(TF)다. 김 사장은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쎄트렉아이를 아우르며 한화의 우주산업 개발을 지휘하고 있다. 특히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눈에 띈다. 이들 기업은 누리호 개발에 이어 오는 8월 발사가 예정된 한국 최초의 첫 달궤도선 ‘다누리’ 제작에도 참여했다.

스페이스 허브 소속 기업들이 보유한 우주산업 관련 역량은 국내‧외에서 인정받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협업해 500kg 수준의 소형 위성 발사체 기술을 개발 중이다. ㈜한화 역시 항우연과 함께 저장성 이원추진체 추력기 개발에 돌입한 상태다. 쎄트렉아이는 우주에서 차종을 식별할 수 있는 세계 최고 해상도의 위성을 개발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국내 최초로 ‘초소형 SAR위성’ 기술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이다.

정부의 우주사업 로드맵에 맞춰 한화가 그룹 내 역량을 끌어 모은 스페이스 허브의 위상은 날로 강화되는 분위기다. 먼저 기업 인수·투자를 통해 우주산업의 주도권 선점에 나섰다. 지난해 국내 인공위성 전문 기업 쎄트렉아이 인수에 약 1100억원을 썼고, 세계 최초로 우주인터넷용 위성 발사에 성공한 영국 위성 인터넷 기업 원웹에는 3500억원을 투자했다. 한화가 지난 5월 발표한 향후 5년간 총 37조60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는 미래사업 계획에도 우주항공 산업이 있다.

올해 들어선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기술력을 공인받았다. 이 역시 우주산업에 투자를 점진적으로 늘리며 노하우를 쌓은 덕분으로 평가된다. 우주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인 ‘발사체 엔진’ 기술력을 보유한 한화가 누리호 성공을 기점으로 항공우주 사업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는 이야기가 재계에서 나온다. 차기 총수로 지목되는 김동관 사장이 관련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누리호와 다누리의 개발‧발사 성공이 한화가 추진하는 항공우주 산업에 대한 관심을 끌어 모으고, 스페이스 허브의 팀장인 김 사장의 그룹 내 입지를 탄탄하게 만들어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화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를 정조준 했다. 스페이스 허브와 KAIST가 공동으로 설립한 우주연구센터가 ‘올드 스페이스’(Old Space)로 대표되는 우주항공 산업의 변화를 주도한다. 이를 위해 인재 육성을 위한 첫걸음도 뗐다. 센터에 투자한 100억원을 기반으로 지난 4일 우주 영재 육성 프로그램 ‘우주의 조약돌’ 1기 30명을 확정했다.

영재 교육은 향후 6개월 동안 KAIST를 베이스 캠프로 삼아 실시된다. KAIST 항공우주공학과 현직 교수 8명과 KAIST 석·박사 과정 멘토들이 참여한다. 교육 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하는 학생들에겐 해외탐방 기회도 준다. 이 모든 교육 및 연수 비용은 스페이스 허브가 전액 부담한다.

사실 현 시점에서 우주 산업은 돈을 버는 것보다 쓰는 사업에 가깝다. 특히 우주개발 환경이 불모지인 우리나라와 같은 곳이라면 더욱 뛰어들 이유가 없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 대목에서 한화의 오너 경영이 빛을 발한다는 분석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연구소장은 “삼성그룹에서 그다지 성과를 내지 못한 삼성정밀공업(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을 거액을 들여 인수해 오늘의 성과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김승연 회장의 혜안과 투자를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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