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중국판 카카오톡 ‘위챗’ 운영 텐센트와 합작법인 설립 승인

삼성화재 서초사옥/제공=삼성화재
삼성화재 서초사옥/제공=삼성화재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삼성화재와 카카오가 디지털 손해보험 사업에서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화재는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화 하는 반면 카카오는 국내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화재가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와 합작법인 설립 승인을 받았다. 카카오가 올해 하반기 국내 디지털 손해보험 사업에 도전하는 상황에서 삼성화재는 디지털 사업부문에서 오히려 전략적으로 해외진출을 선택한 것이다. 삼성화재와 카카오의 서로 엇갈린 디지털 보험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중국법인은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로부터 텐센트 등과 합작법인 설립 승인을 받았다. 이번 설립 승인은 삼성화재와 텐센트가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체결한 지 2년여 만이다.

새 합작법인 지분은 삼성화재와 텐센트가 각각 37%, 32%씩 나눠 보유하며, 나머지 지분은 위싱과학기술회사(11.5%), 맘바트투자발전(11.5%), 궈하이투자발전(4%), 보위펀드(4%) 등 투자사들이 갖게 된다.

텐센트는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을 운영하는 메신저, 온라인 미디어, 모바일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빅테크다. 삼성화재는 이번 합작법인을 통해 중국 온라인 보험시장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가 중국에 처음 진출한 것은 1995년 북경사무소를 설립하면서다. 2005년에는 중국 내 외국 보험사 중 최초로 단독법인을 설립하며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외국계 보험사의 한계에 봉착했다.

활로를 모색하던 삼성화재는 지난 2020년부터 텐센트 등의 투자를 받아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했지만 한동안 결실을 맺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중국 정부가 텐센트 같은 빅테크 기업에 대한 고강도 규제에 나서면서 합작법인 설립이 속도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삼성화재 중국법인과 주중 한국대사관이 지속적으로 중국 금융당국에 협조를 요청하면서 결국 2년여만에 최종 승인을 받아냈다.

이번에 합작법인 승인을 받으면서 삼성재산보험은 중국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플랫폼인 위챗을 활용해 중국 온라인보험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화재의 보험상품 개발력과 텐센트의 IT 인프라가 결합하면 확실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내 손해보험 업계 1위사인 삼성화재가 해외 진출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사이 빅테크인 카카오는 국내 보험업 진출에 도전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말 카카오손보 설립 예비허가를 신청했고, 지난달 금융위원회로부터 예비허가를 받았다.

카카오손보는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통해 동호회·휴대폰파손·어린이·대리기사·바이크보험·커머스반송보험 등 일상생활의 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할 상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간편한 가입과 청구, 인공지능 활용한 신속한 보험금 지급 심사, 카카오를 활용한 상담 서비스 제공, 인공지능 챗봇을 활용한 항시 민원 대응 등의 사업을 추진할 전망이다.

카카오와 달리 삼성화재는 국내 디지털 시장보다 해외로 눈길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이미 우리나라 보험산업은 고령화·저출산과 보험시장 포화로 성장세가 둔화된 상태이고, 높은 규제 허들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해외 디지털 보험시장은 국내보다 규제가 낮은 장점이 있다.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현지화 전략으로 해외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화재는 향후 5년 안에 일반보험 해외사업 기여도를 현 30%에서 5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영국, 미국,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러시아 등 7개 국가에 진출했고, 러시아를 제외한 6개국에 법인을 세우고 글로벌 보험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중국 디지털 보험 시장은 국내보다 규제 허들이 낮고 성장세에 있어 다양한 시험을 할 수 있다”며 “다만, 삼성화재 합작법인이 이제 외국계 보험사가 아닌 중국계 합작법인으로 편입된 만큼 중국 보험당국의 강도 높은 관섭을 견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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