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안병용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행보가 넓다. 지난 8월 광복절 사면을 통해 취업제한에서 풀린 뒤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찾는 발걸음이 빠르다. 회장 승진으로 가는 길인지 주목된다.
1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두 달간 현장경영에 주력해 왔다.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시작으로 삼성엔지니어링, 수원캠퍼스, 삼성SDS,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는 물론 멕시코와 파나마, 영국까지 주요 사업장을 종횡무진 누볐다.
지난 12일에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추진 중인 준법감시위원회 정기회에 참석했다. 준법위는 외부 독립기구로 삼성그룹을 감시‧통제한다. 지난 2020년 국정농단 사건 재판 이후 재판부의 요구와 삼성 내부의 준법감시 수요로 꾸려졌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방침을 공표한 것도 준법위의 요구에서 비롯됐다.
이 부회장이 준법위를 방문한 것은 ‘뉴삼성’ 가동 채비에 박차를 가한 것으로 읽힌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기업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특히 준법위는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 문제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고려대 기업지배구조연구소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 외부 전문가들의 조언을 경청하며 내부 구성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준법위가 이 부회장에게 영향을 미칠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양측의 만남은 회장 승진에 대한 공감을 이룬 사전 인사로 해석된다. 고(故)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에 준하는 혁신적인 메시지도 준법위와 교감을 나눈 뒤 내놓을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2년 승진한 뒤 10년째 현 직함을 유지 중이다.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주요 4대 그룹 총수 중에서 회장에 취임하지 않은 유일한 부회장이다. 그의 취임 시점을 두고 재계에서는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11월1일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이 우선 거론되는 가운데 사장단 정기 인사가 있는 12월 가능성도 있다. 내년 3월 이사회와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등기 임원에 오르면서 회장에 취임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삼성전자에는 라이벌인 대만 TSMC가 올 3분기에 사상 처음 글로벌 반도체 매출 1위에 올라 긴장감이 흐른다. 삼성전자는 24조원의 매출을 올린 데 반면 TSMC는 27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이 부회장이 수감돼 있을 당시, 우려됐던 ‘반도체 위기론’이 현실화된 시나리오다. 강력한 리더십과 책임 경영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이 부회장이 외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회장 승진은 사내 주요 경영진의 내부 판단만 거치면 가능하다. 다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사법 리스크’가 관건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재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재판 등을 받고 있는 이 부회장이 또 다시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을 우려가 있다. 총수 부재로 경영에 잡음이 발생할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이 부회장 역시 지난달 21일 해외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서 승진 관련 질문에 “회사가 잘 되는 게 더 중요하다”며 말을 아낀 바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에 미칠 여러 가지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결국 승진 여부는 본인에게 달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