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훈련 시작으로 한미 군사훈련에 군사 도발

착륙하는 그라울러(사진=연합뉴스)
착륙하는 그라울러(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병탁 기자]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이 5일까지 연장되자, 북한이 미그기를 띄우며 맞대응에 나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합동참모본부는 4일 오전 11시께부터 오후 3시께까지 북한 군용기 약 180여개의 비행 항적을 식별해 대응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지난 8월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를 시작으로 △9월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의 입항 △10월 호국훈련 △11월 '비질런트 스톰'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군사훈련이 있을 때마다 군사도발을 이어왔다.

'이태원 참사'로 국가 애도 기간 중인 지난 2일에도 미사일을 퍼부어 역대급 도발을 벌였다. 전날 오전에는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밤에는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최근에는 군용기를 동원한 무력 시위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달 6일 전투기와 폭격기 등 12대 편대군 시위 비행과 공대지 사격 훈련, 지난달 8일 대규모 항공 공격 종합훈련을 각각 진행했다. 지난달 12일엔 군용기 10여대로 전술조치선을 넘으며 강도 높은 시위성 비행을 벌였다.

북한은 '대규모 항공 공격 종합훈련' 당시 전투기 150대를 동원했다고 주장했으나 실제 규모는 훨씬 작았다. 심지어 추락한 기체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돼 망신을 샀다. 

더욱이 이번엔 한국과 미국이 최신 스텔스 전투기 등을 동원한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을 벌이는 와중이라는 점에서 더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비질런트 스톰은 우리 공군 F-35A, F-15K, KF-16 전투기, KC-330 공중급유기 등 140여 대와 미군의 F-35B 전투기, EA-18 전자전기, U-2 고공정찰기, KC-135 공중급유기 등 100여대를 포함해 모두 240여 대가 참여하는 대규모 훈련이다.

스텔스 전투기는 북한의 취약한 대공 방어망에 포착되지 않고 은밀히 정밀 타격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만큼 북한은 그간 극도의 거부감을 드러내 왔다.

하지만 북한의 미그와 수호이 계열 전투기의 경우, 우리 공군과 공중전으로 붙으면 승산이 제로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어제 미국 로스앤젤레스급 핵 추진 잠수함 키웨스트함이 입항한 상황에서도 서슴없이 ICBM을 발사했다"며 "'비질런트 스톰'에 대해서도 공군력의 비례적 대응을 통해 '우리는 충분히 타격할 준비가 됐다'는 메시지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 국방부가 지난달 27일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명시한 데 이어 3일(현지시간)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 다시금 '종말'을 언급한 만큼, 북한으로선 가만히 있을 수 없었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홍민 실장은 "북한 입장에서는 모든 한미연합훈련이 재개되고 최고지도자가 거론된 이상 가만히 있으면 묵인하는 것이 된다"며 "따라서 초기에 강하게 맞대응하는 모습을 한미에 각인시켜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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