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사명 변경해 테마주 편승 주가 띄우기 의혹
새롭게 2차 전지주 갈아탔지만 실제 실적은 전무

이엔플러스가 지난 11월 15일 전북 김제시 자유무역지역에 공장을 짓고 준공식을 했다.(사진=이엔플러스)
이엔플러스가 지난 11월 15일 전북 김제시 자유무역지역에 공장을 짓고 준공식을 했다.(사진=이엔플러스)

[데일리한국 김병탁 기자] 코스피 상장사 이엔플러스가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여러 차례 납입일을 유예하면서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2차전지와 관련된 신사업에도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엔플러스는 지난 15일까지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8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내년 2월 23일로 연기했다. 이로 인해 신주상장 예정일도 12월 30일에서 내년 3월 10일로 늦어졌다.

이번에만 벌써 8번째 계획이 변경된 상황이다. 이엔플러스는 지난해 8월 가드니아 신기술조합 제118호로부터 신주 발행을 통해 80억원의 운영자금을 조달한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납입 일정이 가까워질 때마다 정정신고를 통해 일정을 계속 유예해왔다.

유상증자뿐 아니라 대규모 CB 계획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엔플러스는 지난 10월 6일 22~26회차 CB 발행을 통해 35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겠다고 공시했다. 조달된 자금은 신소재 사업 2차 전지 전극 및 방열 공장 설비 증설(140억원)과 이에 따른 필요 운영자금(210억원)으로 사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22·23회차 CB를 제외하고, 220억원이 계획된 투자금 납입일이 12월 9일에서 내년 2월 17일로 연기됐다. 조달 완료한 22회차 23회차 CB 역시 원래 계획(80억원, 50억원)보다 줄어든 76억원과 26억원 유치에 그쳤다.

이로 인해 이엔플러스의 주가도 4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12일 종가 기준 6720원이던 주가는 현재 5000원 중반대 머무르고 있다. 이는 계속된 투자금 납입일 유예로 2차전지 관련 신사업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회사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 이엔플러스, 여러 차례 사명 변경…투기세력만 배불려

이엔플러스는 소방시설 관련 설비를 주사업으로 하는 기업이다. 하지만 주사업에서 성장이 정체된 한계기업이다. 별도 기준으로 이엔플러스는 2017년 9억6000만원의 적자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6년째 영업손실을 겪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도 10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주사업에서 한계에 부딪히자, 이엔플러스는 사명 변경을 통해 수차례 주가 테마에 편승했다.

지난 2017년 이엔플러스의 전신인 이엔쓰리는 나노메딕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최대주주도 오에스티에이로 변경됐다. 당시 신라젠과 코오롱티슈진 등 제약·바이오 테마주가 큰 인기를 끌던 시절이다. 나노메딕스도 자회사인 네오나노메딕스 코리아를 통해 저주파 열충격 암치료기기 등과 관련된 전세계 독점 권한을 넘겨받았다고 밝히며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주가 상승과 달리 관련 매출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주가는 크게 요동쳤다.

이후 2019년에도 비상장사인 스탠다드그래핀의 CB 150억원을 매입해 테마에 편승했다. 이로 인해 주가는 한때 3000원대에서 1만3000원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나노메딕스가 투자한 스탠다드그래핀 CB는 현재 전액 평가손실이 된 상태다. 테마가 끝나며 주가 역시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이후 2020년 나노메딕스에서 이엔플러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사명 변경 이후 2차전지 관련 사업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부터 투자금 유치를 위해 제3자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으며, 올해 들어선 대규모 CB 발행을 공시했다. 하지만 이 역시 테마에만 편승하고 실제 생산까지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주가만 띄어 투기세력만 배불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해 대주주의 지분 매도도 주가하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6월 이엔플러스의 5.01%의 지분을 보유하던 임권일 씨가 지난 11월 15일 모든 보유지분을 장내매도했다. 한주당 매도단가는 6417원으로 매입 단가(4114원)보다 한주당 2303원의 시세차익을 누렸다. 전체로 보면 약 58억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또한 임권일 씨는 초록원농업회사법인과 삼다감귤영농조합법인을 통해 각각 70억원의 CB 투자를 한다고 했으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내년 2월로 납입일이 유예된 상황이다. 이미 주식 보유분을 모두 매도한 현 시점에서, 140억원의 CB 투자금도 원활히 납부될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금융투자 관계자는 “한계기업에 부딪힌 일부 코스피와 코스닥 기업의 경우 여러 차례 사명을 변경하며 당시 유행하는 테마에 편승하려는 시도를 한다”며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상승할지 모르나, 관련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 주가 하락 시기도 빠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이엔플러스 2차전지 실적 전무…전문가들 테마주 주의 필요

이엔플러스는 지난 11월 전북 김제에 전기차 핵심부문 생산을 위한 공장을 준공했다고 알렸다. 국내 글로벌 완성차 그룹으로부터 전기차용 2차전지 전극과 셀(Cell) 관련 벤더(공급기업)로 등록됐다고 전했다. 도전재와 전극 등 기초 소재부터 완제품까지 2차전지 밸류체인 상당 부분을 내재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갖췄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엔플러스의 경우 아직까지 매출 실적과 수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최근 배터리 핵심광물인 리튬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이로 인해 관련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리튬 및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크게 올랐다. 현재 ‘제2의 카메룬 다이아몬드’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차전지 사업의 경우 대규모 투자금이 필요하고, 축적된 기술노하우가 필요한 사업니다. 삼성SDI·LG화학 등도 투자 확대로 배터리부문에서 오랜 기간 영업적자를 겪어왔다. 설사 2차전지 부문에서 매출이 발생하더라도 영업이익이 발생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또한 대기업과의 출혈경쟁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도 현재로선 의문이다.

한편 데일리한국 취재 결과, 이엔플러스 벤더 등록과 관련해 현대 기아차와 쌍용차는 "당사와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한국지엠과 르노코리아의 경우 이 부분에 대해 "확인이 어렵다"고 답변했다.

이엔플러스 관계자는 “국내차 기업과 벤더 등록을 한 것은 맞으며, 계약상 밝힐 수는 없다”며 “아직까진 수주계약은 이어지지 않은 것은 맞으나, 여러 곳에서 제휴 등 문의가 오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투자자의 사정에 따라 유상증자와 CB 납입 일정이 유예됐으며, 계속해서 투자자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투자금을 유치할 계획이다”라며 “투자금은 2차전지 사업 관련 공장설비 증설과 공장가동에 필요한 운영자금으로 쓰일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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