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된 경기 침체에 소비심리 위축
일부기업서 렌털 해지 움직도 보여
[데일리한국 홍정표 기자] 렌털업계가 계묘년(癸卯年)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경기 침체에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고물가에 렌털 해지 움직임까지 보이자,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흡수해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매직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58억원으로 전년 동기 224억원 대비 74% 급감했다. 쿠쿠홈시스 역시 같은 기간 영업이익 44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5.9% 감소하며 실적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업계 1위인 코웨이만 유일하게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1651억원으로 전년 동기 수준을 유지했다. 아이콘 얼음정수기 등 혁신제품과 해외 사업 호조에 따른 결과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코로나19 기간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던 렌털업계의 실적이 악화된 것은 정수기·공기청정기 등 기존 국내 주력 렌털 제품군이 포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 불황으로 국내 소비심리마저 얼어붙으며 렌털 해지에 대한 업계의 우려도 크다.
이에 따라 업계는 해외 사업의 매출 비중을 확대하며 신성장동력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해외 사업을 가장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것은 코웨이다.
코웨이의 해외사업 매출 비중은 10년 전 5% 수준에서 지난해 기준 30% 이상을 차지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계정수 역시 지난해 3분기 300만 계정을 돌파하면서 1년 만에 60만 계정 이상 추가 확보했다. 2021년 3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코웨이의 국내 신규 계정 수 대비 6배 이상을 늘린 것이다.
해외 사업 성장 배경은 현지 맞춤 전략에 있다. 코웨이는 2007년 말레이시아에 렌털 서비스를 도입한 후 정수기에 할랄 인증제도를 도입하는 등 전략으로 현재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20년에는 정수기·공기청정기에 이어 매트리스를 렌털 품목으로 추가하며 시장을 확장 중이다.
코웨이는 말레이시아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최근 미국 시장에서도 현재 맞춤 전략을 통해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방문 판매에 익숙하지 않은 현지 문화를 고려해 아마존과 협업을 통해 정수기 필터 소진 시기를 예측해서 배송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해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되는 ‘IFA 2022’에 참가하는 등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서기도 했다.
코웨이 관계자는 “현지에 맞는 소비자 맞춤형 혁신 제품과 차별화된 전문 관리서비스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환경가전 리더로 도약해나가겠다”고 말했다
SK매직도 해외 사업에 적극 나선다. SK매직은 아직까지 말레이시아 법인에서 적자를 내고 있지만, 연내 흑자 전환을 목표로 투자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9월에는 삼성전자와 협업을 통해 가전제품 렌털 품목을 확대했으며, 오는 2분기 중 식기세척기와 메트리스 등 렌털 제품군을 추가할 예정이다. SK매직은 현재 현지 맞춤형 식기세척기 제품 개발 중이다.
SK매직측은 "적극적인 마케팅 및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2027년까지 말레이시아 매출을 지난해 매출 대비 20배 이상 끌어올린다는 목표"라고 전했다.
청호나이스는 현재 미국, 중국, 유럽 등 총 40여개 국가에 진출해있으며, 전체 매출 중 해외 매출 비중은 약 5% 수준이다.
특히 대표제품인 얼음정수기가 미국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청호나이스는 해외 매출 비중 확대를 위해 미국 최대 정수기 렌털 회사 컬리건과 투자 협상 중으로, 이것이 마무리 되면 보다 공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2021년 청호나이스의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140% 성장했으며, 지난해 역시 전년 동기간보다 150% 가량 성장한 것으로 추산한다"며 "올해도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쿠홈시스는 동남아 시장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인도를 비롯 미국, 러시아, 이란, 중국 등 16개국에 진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시장에서도 위생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특히 살균 관련 제품의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올해는 호주,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현지 법인을 통한 생활가전 사업으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렌털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에서 기존 대표 렌털 품목들이 포화 수준에 이르면서 업체들이 해외 공략을 서두르고 있다”며 “동남아시장 뿐만아니라 북미, 동아시아 등에서도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