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코써치 조사 결과 80곳 1명 이상 활약
한국가스공사는 8명중 무려 4명이 여성이사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사외이사 비중이 20%를 돌파한 가운데 CEO급에 해당하는 여성 사내이사 중에는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과 네이버 최수연 대표이사가 대표적이다.  ⓒ데일리한국 DB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사외이사 비중이 20%를 돌파한 가운데 CEO급에 해당하는 여성 사내이사 중에는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과 네이버 최수연 대표이사가 대표적이다.  ⓒ데일리한국 DB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여성 할당제의 힘은 셌다.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사외이사 비중이 20%를 돌파했다. 여성 사외이사가 활약하는 기업도 100곳 중 80곳 이상으로 많아졌다. 또 사내이사를 포함해 100대 기업 이사회에서 활약하는 여성 임원 비중도 작년에 처음으로 10% 벽이 깨졌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업체 유니코써치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2년 기준 국내 100대 기업 사외현황 현황 분석’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 100대 기업은 상장사 매출(2021년 별도 재무제표 기준) 기준이고, 사외이사와 관련된 현황은 작년 3분기 보고서를 참고해 조사가 이뤄졌다.

◇ 여성 사외이사 비율 2020년 7.9%→2021년 15%→2022년 21%

지난해 3분기 국내 100대 기업 전체 사외이사는 447명인데, 이중 여성 임원은 94명이다. 5명 중 1명꼴인 21%가 여성 이사로 활약하고 있는 셈이다. 여성 사외이사는 지난 2020년 35명(7.9%), 2021년 67명(15%)으로 증가해오다 지난해에 20%대로 진입했다.

여성 사외이사를 배출한 기업 숫자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20년에는 100곳 중 30곳이던 것이 2021년에는 60곳으로 많아졌는데, 작년에는 82곳으로 여성 사외이사 보유 기업이 껑충 뛰었다.

최근 1년 새 여성 사외이사를 보유한 기업이 80곳 이상으로 많아진 배경에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산 2조원이 넘는 기업에서 이사회를 구성할 때 특정 성별로만 채워서는 안 된다는 관련법 규정이 작년 8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해당 법이 시행됨에 따라 대기업들이 여성 사외이사 영입에 가속도가 붙었다. ‘법이 만든 우먼파워’인 셈이다.

유니코써치 측은 “이미 관련법이 시행 중이지만 일부 기업의 경우 기존 사외이사의 임기가 남아 있고, 마땅한 여성 사외이사 후보를 찾지 못해 여전히 남성 중심의 이사회를 운영하는 대기업도 있다”면서 “올해 3월 주총을 전후로 여성이 이사회에 진출하는 기업과 인원은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작년에 파악된 전체 사외이사 447명을 출생 연도별로 구분해보면 1960~1964년생이 127명(28.4%)으로 최다였다. 이 중에서도 단일 출생 연도 중에서는 1961년생이 31명으로 가장 많았고, 1958년과 1960년생도 각 30명씩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1970년 이후 출생한 사외이사는 67명으로 15% 정도 차지했다.

1980년 이후 출생한 MZ세대 사외이사는 6명인데, 모두 여성인 것으로 파악됐다. 1980년대생 여성 사외이사 그룹군에는 △한화손해보험 김정연(1980년) △BGF리테일 최자원(1981년) △롯데쇼핑 전미영(1981년) △HL만도 박선영(1982년) △E1 박소라(1983년) △한국전력 방수란(1987년) 사외이사가 이름을 올렸다.

94명이나 되는 여성 사외이사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1968년생이 8명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전기 이윤정·여윤경, LX하우시스 서수경, DL이앤씨 신수진 사외이사 등이 모두 1968년생 동갑내기 여성 사외이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기준 440명이 넘는 100대 기업 사외이사를 주요 경력별로 구분해보면 대학 총장과 교수와 같은 학계 출신이 42.3%로 가장 많이 분포됐다. 그 다음으로 CEO와 임원 등의 재계 출신이 24.4%로 높았다. 국세청,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몸 담가온 행정 관료 출신은 17.9% 수준이었고, 판검사와 변호사와 같은 법조계 출신은 13% 정도로 파악됐다.

전체적으로 지난 2021년 때와 비교해보면, 지난해 사외이사는 교수 등 학계 출신은 1년 새 3.5%포인트 감소했지만, 재계 출신은 4.5%포인트 늘어 대조를 보였다. 이러한 배경에는 기업의 생리를 상대적으로 잘 아는 재계 임원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려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으로 SK 김병호 사외이사는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역임한 바 있고, 현대자동차 윤치원 사외이사는 UBS 아시아태평양 회장 겸 CEO, 미래에셋생명 이경섭 사외익사는 과거 NH농협은행장으로 활약했다.

작년 기준 90명 정도인 여성 사외이사만 놓고 보면 학계 출신이 44.7%로 최다였고, 그 다음으로 변호사 등 법조계 출신은 24.5%로 높았다. CEO 및 임원 등 재계 출신은 23.4% 순으로 많았다. 대기업 등에서 여성 임원으로 활약해온 인원이 적다 보니 아직까지는 변호사 출신 중에서 사외이사를 더 많이 찾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활약하고 있는 재계 임원 출신 여성 사외이사 중에서는 롯데쇼핑 심수옥 사외이사가 대표적이다. 심수옥 이사는 과거 삼성전자 부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S-Oil 신미남 사외이사는 케이옥션과 두산퓨얼셀코리아 대표로 활동했고, 코리안리 김소희 사외이사는 AIG손해보험 부사장 출신이다. SK 김선희 사외이사는 현재 매일유업 대표이사 사장으로 활약 중이다.

작년 3분기 기준 440명이 넘는 국내 100대 기업 사외이사 중에는 장·차관급 고위 관료 출신만 해도 31명으로 6.9%로 나타났다. 이중 여성 사외이사 중에서는 유영숙 전 환경부장관(포스코홀딩스), 정현옥 전 고용노동부 차관(풍산) 등도 포함됐다.

장·차관 출신이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유니코써치 측에서는 “일부에서는 고위 관료를 지낸 인사들을 기업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히 존재한다”면서도 “장·차관급 출신 인사들은 기업보다 더 큰 정부 조직을 이끌어 본 경험이 있는 데다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도 높아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고위 관료들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려는 분위기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작년 3분기 보고서 기준으로 여성 사외이사가 가장 많은 곳은 한국가스공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의 사외이사는 총 8명인데 이중 절반인 4명이 여성 몫으로 채워졌다. 김수이·김현진(1968년), 오선희(1973년), 신동미(1974년) 사외이사가 여기에 이름을 올렸다. 이중 김현진·오선희·김수이 사외이사 3명은 올해 2~3월까지가 공식 임기만료이기 때문에 재임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작년 12월 9일자로 여성인 최연혜 대표이사가 CEO 자리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이외 삼성전자, 한국전력, 기아, S-Oil, LG화학, 롯데쇼핑, LG에너지솔루션, 삼성전기, 금호석유화학도 여성 사외이사가 각 2명씩 활약 중이다. 이 중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은 총 3명의 사외이사 중 2명이 여성이어서 여성 사외이사 비율은 66.7%로 높았다. LG화학과 삼성전기는 각 4명의 사외이사 중 절반이 여성으로 채워졌다. 이외 기아·S-Oil·롯데쇼핑은 5명의 사외이사 중 2명이 여성이어서 40%를 차지했고, 삼성전자도 3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 이사회 여성임원 비율 첫 10%대...2020년 5.2%→2021년 9.2%→2022년 13.7%

범위를 넓혀 작년 3분기 기준 국내 100대 기업에서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포함한 전체 이사회에 이름을 올린 등기임원은 728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이사회 일원으로 참여하는 여성은 5명의 사내이사까지 합치면 모두 99명이었다. CEO급에 해당하는 여성 사내이사 중에는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 △네이버 최수연 대표이사 △네이버 채선주 대외·ESG 정책 대표 △대상 임상민 전무 △CJ제일제당 김소영 사업본부장이 포함됐다.

여전히 100대 기업에서 여성 사내이사는 가뭄에 콩나듯 적은 게 현실이다. 그나마 최근 1년 새 여성 사외이사가 이사회로 많이 진출하면서 100대 기업 전체 이사회 중 여성 임원 비율은 13.7%로 처음으로 10%대를 돌파했다. 이는 지난 2020년 5.2%, 2021년 9.2%에 이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유니코써치 김혜양 대표는 “최근 자본시장법이 시행으로 자산 2조원이 넘는 대기업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려는 바람은 거세지고 있다”면서도 “아직은 여성 사외이사를 1명 정도만 영입해 겨우 법을 준수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여성 사외이사를 2명 이상 복수로 늘리는 기업들이 점차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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