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코써치 조사결과 ‘우먼파워 비율 5%’ 첫 돌파
삼성전자 65명 최다...CJ제일제당은 30명 ‘넘버2’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임원이 400명에 육박해 올해 처음 전체 임원 중 여성 임원 비율이 5%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지난해 8월 여성가족부가 ‘2021년 상장법인 성별 임원 현황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임원이 400명에 육박해 올해 처음 전체 임원 중 여성 임원 비율이 5%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지난해 8월 여성가족부가 ‘2021년 상장법인 성별 임원 현황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임원이 400명에 육박해 올해 처음 전체 임원 중 여성 임원 비율이 5%를 넘어섰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기업을 움직이는 이사회 멤버로 활약하는 임원은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 네이버 최수연 대표이사, 네이버 채선주 대외·ESG정책 대표, CJ제일제당 김소영 사내이사, 대상 임상민 전무 등 5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가 여성 임원 65명으로 가장 많았고, CJ제일제당도 30명의 여성 임원을 보유해 ‘넘버2’에 올랐다. 또한 1980년 이후 출생한 MZ세대 여성 임원도 30명 가까이 됐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는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한 ‘2022년 1분기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임원 현황 조사’를 10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 100대 기업은 상장사 매출액(2021년) 기준이고, 여성 임원은 올 1분기 보고서에 명시된 임원 현황 자료를 참고했다. 임원은 사내이사와 미등기임원 및 오너가를 모두 포함했고, 사외이사는 제외했다.

조사 결과 올해 파악된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은 399명으로 400명대 진입을 코앞에 뒀다. 올해 중에 400명을 돌파할 가능성이 농후해진 셈이다. 이는 작년 322명보다 1년 새 77명(23.9%↑) 증가했다.

올 1분기 전체 임원 숫자는 7157명인데, 이중 여성 임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5.6%다.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 비율이 5%를 넘어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그동안 여성 임원 비율은 2019년 3.5%→2020년 4.1%→2021년 4.8%로 꾸준히 증가했다. 여성 임원은 점차 늘고 있기는 하지만 국내 대기업 내 유리천장은 여전히 견고한 상황이다.

여성 임원 숫자는 지난 2013년 114명으로 첫 100명 시대를 열었다. 이후 5년이 지난 2018년에 216명으로 여성 임원 200명 시대에 진입했고, 3년 후인 지난해에 322명으로 여성 임원 300명대를 기록했다. 여성 임원 증가 속도가 최근 빨라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여성 임원을 보유한 기업 숫자도 올해 70곳으로 많아졌다. 그만큼 여성 임원을 배출하지 않은 기업의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의미가 강하다. 주요 연도별 여성 임원 보유 기업 수는 2004년 10곳→2010년 21곳→2011년 30곳→2016년 40곳으로 많아졌고, 2018년에는 55곳으로 처음으로 여성 임원을 배출한 기업이 없는 곳보다 많아지는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이후 2019년 56곳→2020년 60곳→2021년 65곳으로 많아졌다.

여성 임원이 없는 곳은 주로 조선 및 해운, 철강, 기계 등 여성 인력과 여성 관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곳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업종의 회사들은 외부에서 영입하지 않는 이상 내부 승진을 통해 여성 임원으로 발탁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올해 파악된 100대 기업 여성 임원 399명 중 79.7%에 해당하는 318명은 1970년 이후에 출생했다. 이는 2019년(60.7%), 2020년(65%), 2021년(72%) 때보다 더 높아진 비율이다. 출생년도 별로 살펴보면 1970~1973년에 속하는 1970년대 초반 출생자가 145명(36.3%)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1974~1976년 사이 97명(24.3%)으로 뒤를 이었고, 1967~1969년 52명(13%) 순으로 많이 활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조사에서 1980년 이후 출생자는 28명으로 지난해 18명보다 10명 많아졌다.

단일 출생년도 중에서는 1971년생이 51명으로 최다를 차지했다. 이어 1974년·75년생(각 37명), 1972년생(35명), 1970년생(30명), 1973년생(29명), 1969년생(26명), 1976년생(23명) 순으로 나타났다.

여성 임원을 최다 보유한 기업은 삼성전자다. 65명의 여성 임원이 활약하고 있다. 작년보다 10명 많아졌다. CJ제일제당은 30명으로 여성 임원이 많은 넘버2 기업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네이버 여성 임원은 23명으로 20명대 여성 임원을 보유한 기업군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현대차(18명), 롯데쇼핑(15명), 아모레퍼시픽(14명), 삼성SDS(13명), LG전자·KT·LG화학(각 10명) 순으로 여성 임원을 10명 이상 보유한 기업군에 이름을 올렸다. 10명 이상 여성 임원 보유 기업은 작년 7곳에서 올해 10곳으로 3곳 증가했다. 롯데쇼핑, LG화학, LG전자 세 곳은 지난해 여성 임원 10명 미만 그룹에서 올해는 10명 이상 배출한 여성 임원 다수 기업군에 포함됐다.

여성 임원이 10명 이상 되는 기업 중에서는 CJ제일제당이 올해 전체 임원 115명 중 여성 비율이 26.1%로 가장 높았다. 아모레퍼시픽도 전체 임원 62명 중 22.6%가 여성인 것으로 파악됐다. 네이버(16.8%), 롯데쇼핑(15.2%), 삼성SDS(14.6%), KT(10.1%) 4곳도 여성 임원 비중이 10%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임원이 가장 많은 삼성전자는 5.9%로 6% 수준을 보였다.

이번에 조사된 여성 임원 399명 중 사내이사로 이사회 멤버로 활약 중인 여성 임원은 5명에 불과했다. 호텔신라 이부진(1970년생) 사장을 비롯해 네이버 최수연(1981년) 대표이사 및 채선주(1971년) 대외/ESG정책 대표, CJ제일제당 김소영(1972년) 사내이사, 대상 임상민(1980년) 전무가 이들 그룹에 포함됐다.

오너가를 제외하고 100대 기업 중 대표이사를 포함해 사장급 이상 타이틀을 달고 있는 주인공은 네이버 최수연 대표이사가 유일했다. 부사장 타이틀을 달고 있는 여성 임원은 27명으로 파악됐다. 이중 삼성전자만 14명이나 됐다.

앞서 14명 중에서도 삼성전자 이영희(1964년) 부사장은 이번 100대 기업 비오너 여성 중에서는 임원 경력이 가장 길었다. 이영희 부사장은 지난 2007년부터 삼성전자 임원 반열에 올라 현재까지도 임원 타이틀을 보유 중이다. 향후 사장 반열에 오를지 아니면 부사장에서 퇴임할 것인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로 모아진다.

오너가 중에서는 이마트 이명희 회장(미등기임원)을 비롯해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대상 박현주·임세령 부회장은 모녀(母女)가 나란히 부회장(미등기임원) 직을 맡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유니코써치 김혜양 대표는 “자산 2조원 넘는 대기업은 이사회에서 여성 임원을 의무적으로 1명 이상 둬야 하는 관련법이 올 8월부터 본격 시행됐고, ESG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기 때문에 다양성을 강화하기 위해 여성 임원 증가 추세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로 흘러가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기업들이 나이, 성별, 경력 등에 상관없이 능력 위주로 임원을 발탁하는 문화가 강해지면서 여성이 임원으로 승진하는 사례는 더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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