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한국에 37조원 투자…'역대 최고'
"尹의 '경제 외교' 국정 동력 확보에 도움"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가 통(通)했다. 300억 달러(한화 약 37조2600억원)의 투자를 끌어낸 데 이어 양국 정부, 공공기관, 기업 간에 동시다발적인 양해각서(MOU) 40여건 체결이 성사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2의 중동 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6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은 전날(현지시간) UAE 수도 아부다비에 있는 대통령궁 ‘카사르 알 와탄’에서 만나 1시간가량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두 정상은 양국 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고, 무함마드 대통령은 한국에 3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는 UAE 역사상 최대 규모로, 대통령실이 예측한 수준보다 상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UAE는 영국에 100억 파운드(약 15조1900억원), 중국에 50억 달러(6조2000억원), 프랑스에 15억 유로(약 2조200억원)의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아울러 두 정상은 원자력과 에너지, 투자, 방산 등 기존의 4대 핵심 협력 분야를 포함해 신산업, 보건·의료, 문화·인적 교류 등 전방위적 분야에서의 협력을 다짐하며 13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에 100여개의 기업으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이 동행한 만큼,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 기간 40개가 넘는 MOU가 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이번 정상 간 합의에 따른 투자는 신성장 분야에 중장기 투자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유망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우리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투자는 UAE가 영국이나 중국, 프랑스에 투자한 액수와 비교해도 크다"면서 "정부는 이번 정상 간 투자 합의를 신속하게 이행하기 위한 한-UAE 플랫폼을 만들어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경제외교’에 초점을 맞춰 순방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제 중심 정상 외교의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면서 윤 대통령의 ‘경제 외교’ 추진 행보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300억 달러가 언제 들어오느냐가 관건이겠지만,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는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이번 투자가 ‘제2의 중동 붐’으로 이어질진 지켜봐야겠지만, 기폭제가 돼 확산하면 큰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일단은 스타트업 단계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에 방점을 찍은 윤 대통령의 외교 행보가 지지율 상승을 견인, 탄탄한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과거에는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서 남북 관계를 주제로 하는 정치적 외교를 펼쳤다. 안보에 중점을 둔 것으로 실질적으로 민생에 큰 도움이 안 되었지만, 윤 대통령은 민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제 외교를 펼치고 있다”면서 “여기에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연출한다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은 “경기 불황 전망으로 국민들의 심리가 위축된 상황 속에 이같은 소식은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 상승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이번 투자 유치를 계기로 선전전에 힘써 다른 중동 국가들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은 지난 14일 시작돼 17일 마무리된다. 윤 대통령은 17일 UAE에서 일정을 마무리하면 다보스포럼 참석을 위해 스위스로 이동해 특별 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올해 다보스포럼 주제는 ‘분열된 세계에서의 협력’으로, 공급망 강화와 청정에너지 전환, 디지털 질서 구현을 위한 국제협력과 연대의 길을 제시하고 이를 위한 우리나라의 역할을 소개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