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출마에도 컷오프 통과…김기현-안철수 양강 흔들어
유일한 '반윤계' 후보…국민의힘 개혁 의지 강조

국민의힘 천하람 당대표 후보가 14일 오후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 열린 제3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천하람 당대표 후보가 14일 오후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 열린 제3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국민의힘에서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천하람 당대표 후보의 기세가 무섭다. 후보 등록 마지막 날에 ‘깜짝’ 출마 선언을 한 데 이어 현역인 윤상현·조경태 후보를 제치고 본경선까지 올라 당권구도를 뒤흔들고 있다.

‘반윤’(反 윤석열 대통령)을 자처하며 당의 주류 세력으로 분류되는 ‘친윤’(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는 천 후보가 ‘언더독(비주류 또는 약자를 지칭)’ 반란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가 고성국TV 의뢰로 지난 11~12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2001명 가운데 국민의힘 지지층 861명을 대상으로 차기 당 대표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천 후보는 1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3%포인트. 무선 RDD 자동응답시스템(ARS) 100% 방식. 응답률 2.4%.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선두를 달리는 김기현(41%), 안철수(27%) 후보와는 각각 28%포인트, 15%포인트 차다. 지지율로만 보면 ‘양강’인 김 후보와 안 후보를 제치긴 어렵다. 하지만 다른 후보들보다 상대적으로 늦게 경쟁에 뛰어든 점을 고려하면 상승세가 가파르다. 

정치권에서는 천 후보가 유일한 반윤계 후보로 당내 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인 점이 중도 및 청년층의 표심을 사로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그는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 공천 불개입 명문화’와 ‘공천 자격시험 의무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며 당내 주류 세력인 친윤계를 겨냥하고 있다. 전날 제주에서 열린 첫 번째 합동연설회에서도 “권력에 줄 서기 위한 노력보다 국민의 삶을 챙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김기현·천하람·안철수·황교안(왼쪽부터) 당대표 후보가 13일 제주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 - 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천하람·안철수·황교안(왼쪽부터) 당대표 후보가 13일 제주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 - 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후보와 안 후보를 향해선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과 같은 노선을 걷고 있다”고 밝히는 등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대통령실의 당무개입 등을 비판하던 안 후보가 불쾌감을 표시하는 대통령실의 한마디에 바로 물러선 행태를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반윤계 후보로서의 선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천 후보 측은 당내 개혁에 대한 요구가 적지 않은 만큼, 반윤과 중도층을 집중 공략하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만약 전당대회 막판까지 양강구도가 이어져 김 후보와 안 후보 간 결선투표가 진행된다면 천 후보의 존재감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가 당대표로 당선될 확률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자질 검증을 위한 시간이 부족했다는 게 그 이유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태흠 충남지사는 이날 YTN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과의 인터뷰에서 “천 후보의 도전은 긍정적이지만, 우리나라 정치 구조상 젊은층에 당 대표를 맡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시스템과 구조 속에서 검증되고 경험을 쌓는 가운데 젊은 지도자들이 나와야 한다. 재주와 능력이 있다고 정치를 제대로 소화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후한 기대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준석 전 대표의 경우 정치를 10여년 한 상태에서 당대표에 출마, 이준석이라는 인물에 대해 당원들이 인지하고 있었지만 천 후보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방송 활동을 아무리 활발히 했어도 정치력이 검증됐다고 볼 순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위협적인 후보로 성장할 진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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