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한 때 ‘끝물’로 여겨졌던 경차가 고금리 기조 속에 날개를 펴는 모습이다. 신차 판매가 증가하고 중고차 거래도 활발하다. 다만 정작 경차를 생산하는 국산차 업체들은 특별한 마케팅 활동 없이 조용한 모습이 감지된다. 일각에서는 과잉공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2년 국내서 판매된 경차(신차)는 13만3294대로 전년 대비 38.7%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 캐스퍼 등 신차 효과, 고금리와 고물가 등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이동 등을 요인으로 꼽는다.
그간 경차는 경기 흐름이 좋지 않을 때 판매가 늘었던 것이 일반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연 판매 15만대를 넘어선 경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2012년 20만대 이상 판매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차 시장은 이후 신차 부재와 전반적인 가격 인상 등이 맞물리면서 줄곧 하향세를 걸어왔다.
최근 중고차 시장에서 경차의 인기를 두고 장기침체의 신호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웃돈을 주고서도 ‘신차급 중고차’를 사려는 수요가 많았지만, 올들어 1000만원대 준중형차와 경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차종에서 시세 하락이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국산 중고차 거래 순위에서 기아 모닝은 현대차 그랜저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같은 달 30~40대 소비자가 가장 많이 구매한 중고차로 2011 기아 모닝(TA)과 2010 기아 뉴 모닝(SA)이 선정되기도 했다.
정작 경차를 생산·판매하는 국산차 업체들은 조용한 모습이다. 현대차 캐스퍼의 경우 지난 1월 내수에서 3070대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뒀지만, 전월 대비 22.2% 판매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기아 모닝과 레이도 각각 1813대와 3585대 판매, 지난해 12월보다 각각 15.8%와 16.8%씩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달 쉐보레 스파크 판매대수는 310대로 전월 대비 36.5% 줄었다.
출고 대기도 짧아졌다. 영업일선에 따르면 현대차 캐스퍼는 1개월, 기아 모닝은 3~4주, 레이는 4~6주면 출고 가능하다. 쉐보레 스파크의 경우 지난해까지 생산을 담당하던 창원공장이 신형 트랙스 생산기지로 재편되면서 생산이 중단, 재고 소진에 돌입했다.
국산차 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으로 할부구매 부담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경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일부 차종의 경우 아직까지 공론화되지 않았을 뿐 재고 이슈가 조금씩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신차 시장에서 경차는 ‘살 사람은 다 샀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