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여만주 반대표...가결에 약 400만주 부족
파라텍, 주총 결과 수용..."물적분할 계획 철회"

파라텍 진성소액주주 연대모임은 이달 1일 여의도 파라텍 서울사무소에서 물적분할 반대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파라텍 주주 제보
파라텍 진성소액주주 연대모임은 이달 1일 여의도 파라텍 서울사무소에서 물적분할 반대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파라텍 주주 제보

[데일리한국 이기정 기자] 파라텍의 물적분할 계획이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임시주주총회에서 부결됐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파라텍은 지난 16일 오전 10시 충청남도 서산시 본사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이 부결됐다고 공시했다. 반대표를 던진 대부분은 소액주주들이었다.

전날 임시주총에는 발행주식 총수 7317만5379주 중 2600만주 가량이 참석했으며, 이 가운데 찬성이 2000만주(77%), 반대가 600만주(23%) 가량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찬반 주식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물적분할 안건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발행 주식의 3분의 1인 2439만1793주 이상이 찬성하고, 참석주주 3분의 2(약 1733만주)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물적분할 안건은 첫 번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며 부결됐다.

특히, 소액주주들의 역할이 주효했다. 안건 가결을 위해서 회사 측에서 확보한 우호지분은 약 2000만주로, 추가적으로 400만주 가량이 더 필요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이 대부분 물적분할에 반대표를 행사해 최종 부결됐다.

파라텍은 지난해 12월 설비부문을 물적분할 한다고 공시했다. 소방설비 제조부문과 소방설비를 활용해 시공하는 설비부문을 영위하는 파라텍은 설비부문을 분할해 비상장법인 '휴림엔지니어링'을 신설한다는 계획이었다.

제조부문과 소방설비 부문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각각 34.6%, 65.4%를 차지하고 있다. 2021년에는 각각 62.59%, 37.41%였지만 작년 소방설비 비중이 크게 확대됐다.

파라텍은 설비 부문의 수주 경쟁력을 확보하고, 경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고 물적분할 결정 배경에 대해 밝혔다. 제조부문이 아닌 설비부문을 분할하는 이유는 회사의 정체성이 제조부문에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다만, 파라텍은 물적분할 계획을 밝힌 후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소액주주들은 물적분할로 기업가치 하락과 주주가치 훼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분할 후 신설 회사를 상장하거나 매각할 것을 우려했다.

소액주주들은 파라텍 서울사무소 앞에서 물적분할 반대 시위를 진행하는 한편, 임시 주총을 겨냥 십시일반으로 자금을 모아 변호사를 고용해 반대표를 모집했다. 파라텍 진성소액주주 연대모임에 따르면 이들이 확보한 주식은 약 600만주에 달한다.

이에 대해 파라텍 사측에서는 분할 후 상장이나 매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소액주주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파라텍은 임시주총 의안 부결에 따라 분할결정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파라텍 관계자는 "물적분할은 회사 경쟁력 제고를 위한 판단이었고, 임시 주총은 이에 대한 주주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 진행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주들에게 사전에 이같은 부분을 설명하기는 했지만 회사에 대한 신뢰가 부족했던 점도 인지하고 있다"며 "향후 주주들과 소통을 이어가며 회사 성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총에 참여한 파라텍 소액주주 A씨는 "물적분할은 소액주주들의 힘이 모인 결과다"며 "소액주주들이 적극적으로 표를 모은 점이 회사측에서 충분한 우호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소액주주들이 뭉치지 않았다면 분할 안건이 가결됐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앞으로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건의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임시주총의 또 다른 안건이었던 파라텍 직원 150명에게 스톡옵션 150만주를 부여하는 안건은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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