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보험사 성과급 잔치...금감원 보수체계 점검 착수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금융감독원이 보험업계 기강잡기에 나섰다. 금감원은 보험사의 성과보수체계 점검에 착수했고, 부동산 PF대출 비중이 높은 메리츠화재와 지난해 말 콜옵션 미이행 사태로 논란이 된 흥국생명에 대한 정기 검사에 나선다. 또 법인보험대리점(GA)의 과열된 설계사 영입 행태에 해서도 현장점검한다.
이복현 금감원장 취임 이후 보험업계에 대한 압박이 계속된 만큼 당분간 금감원의 보험업계 기강잡기는 이어질 전망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일부 보험사를 대상으로 성과 보수체계 점검에 착수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성과급이 이익 대비 과도한 측면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어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성과급 측면에서 현황이 어떤지 보는 것으로, 우선은 이익이 많은 보험사 일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손보사들의 순이익은 삼성화재가 1조2837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4.1% 늘었고, DB손해보험는 9970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했다. 메리츠화재는 8683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달성했으며, 현대해상은 5745억원을 기록했다.
생보사의 경우 삼성생명 1조7243억원, 한화생명 7971억원, 신한라이프 4636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이같은 호실적에 힘입어 지난해 성과급으로 삼성화재는 역대 최대인 연봉의 47%를 지급했고, 삼성생명도 연봉의 23%를 지급했다. DB손해보험은 연봉의 41%, KB손해보험은 월 상여금 기준 550%를 성과급으로 책정했다. 여기에 현대해상은 연봉의 30% 내외, 메리츠화재는 연봉의 40% 내외가 성과급으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의 성과급 규모를 수천억원으로 보고 과도하게 측정된 것은 아닌지 성과보수 체계를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올해 보험권 정기검사 첫 타깃으로 흥국생명과 메리츠화재를 정조준했다. 이들 보험사에 지난주 사전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자료를 토대로 내달 사전점검 이후 본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흥국생명은 지난해 말 콜옵션 미이행 사태로 인해 리스크 점검 물망에 오른 것으로 보여진다. 메리츠화재의 경우에는 부동산 PF대출 비중이 타사 대비 높은 편인데, 부동산 침체기에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검사 대상으로 지목됐다.
결국 금감원은 이들 보험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 건전성 악화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검사 대상으로 신한라이프와 코리안리를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흥국생명은 하반기로 예정돼 있었는데 갑자기 순서가 1순위로 당겨졌다”라며 “지난해 말 콜옵션 미이행 사태 영향으로 리스크 점검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법인보험대리점(GA)들에 대한 현장조사도 착수한다. 금감원은 다음주부터 2주간 GA 11곳을 대상으로 현장조사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번 현장조사 대상엔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리치앤코, 인카금융서비스 등 서울 지역 GA들과 함께 영진에셋 등 부산 지역에 거점을 둔 대형 GA들이 이름을 올렸다.
금감원은 이번 조사에서 과열된 설계사 영입 행태를 살펴볼 계획이다. 과도한 설계사 영입 경쟁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가능성이다. 설계사 리크루팅 경쟁이 과열양상으로 치달으면서, 불법 승환계약·불완전 판매 증가 및 과도한 스카우트 수당 등 각종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광고심의 관련 내용들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지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GA 업무광고 심의, 제재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현장에서 혼란이 가중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진 상태다.
여기에 금감원은 지난 14일 삼성생명·한화생명·현대해상·메리츠화재·미래에셋생명 등의 보험사와 GA코리아·리치앤코·메가·피플라이프·DB금융서비스 등 독립 대형GA·보험사 자회사형 GA 소속 설계사 총 31명에게 등록취소를 비롯해 90일·180일 신규영업 중지 등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들 설계사들은 실제로 치료를 받지 않았음에도 치료를 받은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꾸며 보험금을 편취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보험사의 성과급부터 정기검사와 업계의 리크루팅 경쟁, 보험사기까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산업에 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지만 지나친 관치는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