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최나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까스로 부결된 가운데, 민주당 내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단일대오’를 재차 강조하고 있는 반면, 비명계(비이명계) 일각에선 ‘이 대표 책임’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내 이 대표의 거취를 둘러싸고 친명계(친이명계)와 비명계의 입장차가 커지고 있다.

체포동의안 표결 다음날인 28일 오전, 이 대표는 예정됐던 민생 행보를 재개했다. 학교 급식노동자 폐암 진단 문제와 관련해 작업장의 환기·조리 시설을 둘러보는 현장 방문에 나선 것이다. 정치적 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표직 수행을 이어나가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체포동의안 표결과 관련해 거취 표명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재명을 잡느냐, 못 잡느냐 이런 문제보다는, 우리 물가도 잡고 경제도 개선하고 사람들의 삶도 더 낫게 만드는 문제에 더 많이 관심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민주당 내 이탈표가 대거 발생한 것과 관련해 민주당 ‘단일대오’에 더 힘쓸 것을 강조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이번 일을 계기로 당의 단일한 대오를 위해 더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이 대표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부결을 당론으로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검찰의 ‘살라미’ 또는 ‘쪼개기’ 같은 (구속영장) 재청구가 예견된다”며 “(체포동의안을 두고) 다시 한번 (부결) 당론을 모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비명계 일각에선 이 대표 사퇴를 우회적으로 언급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대표가 억울하다 할지라도 자신의 문제 때문에 당이 부정적 이미지로 덧씌워지고 있는 만큼 당대표로서의 책임도 있는 것은 틀림없다”며 ‘선당후사(개인의 안위보다 당을 위해 희생한다)’를 강조했다.

그는 “(당 내에) ‘이렇게 가서는 당도 다 송두리째 낭떠러지로 떨어진다’는 걱정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며 “리더십의 공백이나 혼란이 당분간 있을 수 있겠지만 민주 정당에서 특정인만 의존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자진 사퇴를 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사퇴를 할 것”이라며 “하지만 평소 스타일로 보면 그냥 돌진하는 스타일이어서 합리적인 선택을 안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