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은행권 '독과점 깨기'...경영·영업·관행 개선 나서

금융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전경/제공=금융위원회
금융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전경/제공=금융위원회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금융위원회가 은행의 독과점을 깨기 위해 비은행권의 업무영역 확대에 나선다. 특히, 보험사 등의 종합지급결제업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비은행권에 종합지급결제가 허용될 경우 보험사에서도 급여 이체나 보험료 납입 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비은행권에 대한 지급결제 허용 등 제도개선에 보험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지급결제 서비스 시행을 위한 시스템 구축 및 유지·관리 비용 대비 보험사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미미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비은행권 제도개선이 은행의 독과점을 깨기 위한 방안으로 나온 탓에 보험, 카드, 증권사의 실질적인 혜택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은행권 경영·영업·관행 제도개선’ 실무작업반 1차 회의를 열고 신규 플레이어 진입, 은행-비은행권 간 경쟁 촉진 등 크게 두 가지 주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TF는 오는 8일 실무작업반 2차 회의를 갖고 각 협회가 조사한 경쟁효과와 리스크 관리 방안 등을 살펴보고 추가 과제도 논의할 계획이다. 이후에는 은행권의 성과보수체계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고 상반기 중 은행권 경쟁촉진, 금리산정체계, 성과보수체계, 비이자수익 확대, 사회공헌활동, 손실흡수능력제고와 관련 은행권 경영·영업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는 비은행권의 업무영역 확대가 관심사다. 은행에만 허용돼 왔던 계좌개설 권한을 비은행 사업자에게도 열어주는 게 골자인데, 보험사의 지급결제 겸영 허용 등이 구체적으로 검토 대상에 올랐다.

특히,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통해 종합지급결제업(간편결제, 송금 외에도 모든 전자금융 업무를 영위하는 사업)이 도입될 경우 은행 수준의 보편적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만약 비은행권의 업무영역 확대가 종합지급결제업까지 확대되면 고객들이 은행이 아닌 금융사를 통해서도 급여 이체나 카드 대금·보험료 납입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강영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카드사, 증권사, 보험사의 지급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이 논의됐다”며 “지급결제에 대해 간단히 말하면 통장 같은 계좌를 개설해 그 안에서 자금을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개념이다”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예금 및 지급결제 부문에서 은행의 유효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은행산업의 과점 이슈를 완화할 수 있고, 은행 계좌 없이도 소비자 편의·니즈에 따라 한 금융사에서 ‘원스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소비자 편의 증진까지 기대하고 있다.

비은행권의 지급결제 허용과 관련해서는 금융안정과 소비자 보호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비은행권은 은행보다 유동성·건전성 관리 수준이 낮다는 점에서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되지 않아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우려 등의 문제점이 있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비은행권의 업무범위 확대는 건전성이나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많은 고려사항이 제기된 만큼 업무범위를 확대하더라도 충분한 건전성과 유동성, 그리고 소비자 보호체계가 잘 갖춰진 금융사에 한해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비은행권 업무영역 확대 논의는 과거에도 업권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생산적인 논의로 이어지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금융위는 지금까지 은행권 업무 허용 논쟁이 ‘업권간 밥그릇 다툼’이었다면 이번에는 국민효용 증진과 금융안정, 금융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은행권 업무영역 확대와 관련해 보험업계는 시큰둥하다. 보험료 계좌이체 시 자금이체 수수료를 줄일 수 있고, 자체 지급결제 서비스를 통해 보험계약 연장과 미니보험 및 온라인보험 판매 매출 증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이체 수수료와 비교해 지급결제 시스템 확보 및 관리, 유지, 보안 등의 비용 측면에서 단기적으로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금융당국에서 지급결제시스템 확대를 지시할 경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시스템 구축 및 운영에 나서겠지만, 보험사의 이익증진이나 매출확대에는 별다는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 대부분이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비은행권 업무영역 확대로 소비자편익이 증진될 수는 있지만, 보험사에게 실질적인 혜택은 없어 보인다”며 “이번 금융당국의 제도개선 핵심은 비은행권 업무영역 확대보다는 은행의 독과점을 깨는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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