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향후 유사한 사례 생길 수 있다" 우려
증권사들에 일방적 희생 강요할 수 없다 지적도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이기정 기자] 개인들이 증권사들이 내놓은 석탄화력발전소 설립을 위한 채권을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환경단체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증권사들이 채권 판매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6개 증권사(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신한투자증권·KB증권·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는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 2250억원을 판매하고 있다.

삼척블루파워는 석탄화력발전소 및 발전시설 건설·운영 기업이다. 지난 2018년부터 강원도 삼척에 2100WM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있으며, 증권사 6곳은 삼척블루파워와 건설 자금 확보를 위한 1조원 규모의 총액인수확약을 체결했다. 

삼척블루파워와 증권사들의 계약기간은 오는 2024년까지로, 증권사들이 발행 물량을 모두 사들인 뒤 다른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 회사채는 초창기 전량 판매에 성공하는 등 인기가 높았지만, 2021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기업들의 책임이 대두되면서 기관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 7일 진행된 회사채 수요 예측에서 상품이 이자율 6.961%와 신용등급 A+(안정적)를 받는 등 매력적인 상품이라는 평가가 나왔음에도 2250억원 중 기관투자자 응찰액은 80억원에 불과했다. 

회사채가 경쟁력을 갖췄음에도 기관들의 외면을 받은데에는 환경단체들의 역할이 컸다.

대표적으로 전국탈석탄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는 2020년부터 증권사들의 석탄투자 중단을 요구하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 단체는 이번 달에도 회사채 발행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기관들에게 회사채 인수 거부를 요구했다.

단체는 "증권사들이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중단에 이르지 못한 것은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단체는 증권사들이 기관에게 회사채 판매가 어려워지자, 개인들에게 남은 물량을 떠넘긴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일부 증권사에서 리테일 부서를 통해 채권을 판매해 개인들에게 기후위험의 책임을 전가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 증권사들은 이같은 지적을 수용하고 장내 매각 등 방법을 통해 물량을 판매하고 있다.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은 리테일로 물량을 넘기지 않고 있다고 밝혔고, 한국투자증권은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키움증권은 리테일부서에서 장외채권을 판매하고 있다.

환경단체에서 증권사들이 개인에게 회사채를 판매하는 것을 우려하는 이유는 향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또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리테일 채널을 통해 판매되지 않아도, 이미 일부 포털에서는 삼척블루파워 회사채를 장내 매수 했다는 후기가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환경단체 한 관계자는 "기후위기에 대한 개인들의 인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기관들과 비교해서는 아무래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라며 "삼석블루파워 회사채 발행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이와 같은 사례들이 또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기후위협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지만, 상품만으로 판단하더라도 정부정책 변화와 지속가능성 등 위험 요소가 적지 않다"며 "이같은 인식이 커지고, 보편화될수록 채권의 위험도 또한 더 증가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증권사들에게 회사채를 팔지 말라는 무조건적인 희생을 바라기에도 무리가 있다. 회사채 판매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증권사에서 남은 물량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결국 석탄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자금은 모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증권사들이 환경단체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한 방법은 계약을 해지하는 방법 밖에 없는데, 이 경우 금액적인 손실과 함께 증권사들의 신용도에도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후위기에 대한 중요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나, 계약이 이뤄진 시점이 ESG 중요성이 부각되기 전 시점이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ESG에 대한 인식이 생겨난 후라면 이와 같은 계약이 체결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 기관이나 개인에게 회사채가 판매되지 않는다 해도 증권사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손해는 없다"며 "이 부분은 금융회사보다는 관련 법 제정 등 정부나 국회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석탄을 넘어서는 향후에도 삼척블루파워 채권이 어떻게 판매되는지와, 어떤 기관들이 회사채를 매입했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감시할 예정이다. 또 기관과 함께 일반 개인들을 대상으로 한 캠페인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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