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보험자는 자신의 보험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을까?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드라마 ‘신성한, 이혼’은 현기증 나도록 예민한 피아니스트 출신의 이혼 전문 변호사 신성한(조승우)과 찰떡인 친구 사무장 장형근(김성균), 부동산 중개사 조정식(정문성)의 이야기를 담은 휴먼 드라마다. 드라마는 9일 끝났다. 이혼 전문 변호사 신성한은 이혼이라는 삶의 험난한 길 한복판에 선 이들을 만나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소송을 이어나가는 스토리로 구성됐다.
신성한은 아나운서 이서진(한혜진)의 이혼소송으로 유명세를 탔다. 하루는 신성한의 사무실에 김지숙(김시영)과 최종호(전중용)가 찾아왔다. 이들은 불륜관계이고, 자신들의 부정행위를 입증해 최종호가 현재의 아내와 이혼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최정호는 간암환자이고, 내연녀인 김지숙은 최종호에게 간 이식 공여자가 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최종호에게는 건강한 배우자 박지연이 있기 때문에 김지숙한테까지는 간 이식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 상황이다. 또 김지숙은 박지연이 일부러 간 인식을 해주지 않고, 사별을 기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성한은 이 사건을 맡기로 결심하고 최정호에게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하나는 모든 암 보험을 해약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전과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박지연은 지인인 보험설계사에게 최정호 앞으로 많은 보험을 들어놨다. 최정호가 보험을 해약하자 보험설계사가 아내인 박지연에게 연락했고, 박지연이 보험금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은 후 반응을 도청했다. 최정호는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으로 고발당했지만, 법원은 박지연이 보험금을 노렸다는 점을 인정해 이혼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피보험자인 최정호는 자신의 보험을 스스로 해지할 수 있을까? 우선 보험은 보험료를 납입하는 사람인 계약자와 보험 사고의 대상이 되는 사람인 피보험자, 그리고 보험금을 받는 사람인 수익자로 구성된다.
보험설계사가 박지연의 지인인점을 감안하면 최정호의 보험은 아내인 박지연이 계약자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최정호가 계약자인 동시에 피보험자일 수도 있다. 문제는 보험 계약자는 언제든지 보험을 해지할 수 있지만, 피보험자와 수익자는 보험 해지가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최정호가 계약자인 동시에 피보험일 경우에는 보험 해지가 가능하지만, 피험자로만 되있었다면 최종호는 자신의 보험을 해약할 수 없다.
단, 사망을 보험금 지급 사유로 하는 계약일 경우에는 ‘서면동의 철회권’을 행사해 피보험자가 보험을 해지할 수 있다.
보험 약관에서 서면동의 철회권은 ‘사망을 보험금 지급사유로 하는 계약에서 서면으로 동의를 한 피보험자는 계약의 효력이 유지되는 기간에는 언제든지 서면동의를 장래에 한하여 철회할 수 있으며, 서면동의 철회로 계약이 해지되어 회사가 지급하여야 할 해지환급금이 있는 때에는 해지환급금을 계약자에게 지급한다’는 조항이다.
쉽게 말해서 계약 당시에는 피보험자가 동의했지만 이혼 등 기타 인정될만한 사유로 인해 상황이 바뀌면 동의한 것을 철회할 수 있는 권리다. 따라서 최정호는 사망보장에 한해서 서면동의 철회권을 행사하면 보험 계약은 해지 되고, 해지환급금은 계약자인 박지연에게 지급된다. 하지만 서면동의 철회권은 2010년 이후 계약만 행사할 수 있다.
드라마 ‘신성한, 이혼’은 제목처럼 모순적인 부분이 많다. 신성한은 항상 이혼의 유책사유가 있는 가해자 편에서 어려운 소송을 승소로 이끈다. 그래서인지 신성한의 테마곡은 슈베르트의 ‘마왕’이다. 어떻게 보면 신성한의 인생은 거의 모든게 모순적이다. 우선 신성한이라는 이름과 이혼, 마왕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또 피아니스트 출신 이혼 전문 변호사도 특이한 이력이다. 그리고 그는 와인잔에 따라 마시는 소주와 클래식음악 대신 즐겨 듣는 트롯트도 범상치 않다. 이혼 전문 변호사 신성한 만큼이나 우리의 삶도 모순의 연속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