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매년 봄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 순위를 발표한다. 서열은 자산 기준으로 정리된다. 성장하지 않으면 퇴보하는 냉혹한 재계 지도다. 올해 롯데그룹은 13년 만에 5위를 내줬다. 톱5에는 포스코가 진입했다. 여기에 만년 ‘10대그룹’ 한화가 5위를 겨냥해 성큼 진격하는 모양새다. 1년 후 ‘재계 빅5’는 다시 뒤바뀔지 모른다.
4일 공정위에 따르면, 2010년부터 줄곧 5위였던 롯데가 올해 대기업 순위에서 6위로 미끄러졌다. 지난해 6위였던 포스코는 자산총액 132조원을 기록하며 129조원에 그친 롯데를 밀어냈다. 지난해 SK그룹이 16년 만에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선 데 이은 또 하나의 ‘빅5’ 순위 변동이다.
롯데가 퇴보한 건 아니다. 지난해 6.6%의 높은 성장률로 자산이 8조원 늘었다. 그러나 포스코의 성장이 더욱 두드러지며 두 기업의 희비가 교차했다. 포스코는 전년에 비해 35조원이나 불렸다.
물론 포스코가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양사의 자산 총액 차이는 3조원에 불과하다. 6% 넘는 성장률을 기록한 롯데가 얼마든지 추월할 수 있는 폭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해 사장단 회의에서 시가총액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며 기업 가치 제고를 주문한 바 있다. 이번 순위 하락은 신 회장의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이에 따라 올해 롯데의 핵심 과제는 저평가 국면 해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보면 주력 계열사 대부분은 1배 미만이다. 1배 미만은 순자산보다 주가가 낮다는 뜻이다. 최근 증권사의 하향 분석 보고서를 공개한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는 0.5배 수준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앞둔 7위 한화의 약진도 눈부시다. 한화는 지난해부터 핵심 계열사의 사업 구조 재편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 한화디펜스 등 3개 회사에 분산돼 있던 방산 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한 작업이 대표적이다.
자산 83조원의 한화가 12조원의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100조원을 눈앞에 두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잠수함 등 특수선 분야에서 남다른 기술력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 여겨지는 방산 분야를 그룹의 한 축으로 키우고 있는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관련 부문을 더욱 강화하면 5위도 가시권에 접어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30년까지 글로벌 방산 톱10으로 성장해 ‘한국판 록히드마틴’이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5위 진입은 사활을 걸어야 할 문제”라면서 “5대그룹에서 빠지면 기업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주요 국가 행사 참석에도 제외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