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안전운전장치 차량 증가로 손해율 감소...젊고 조직화 된 보험사기 증가

자동차보험/제공=유토이미지
자동차보험/제공=유토이미지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첨단안전운전장치를 장착한 차량이 증가하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감소했지만, 보험료 인상의 주범인 자동차 관련 보험사기는 2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조직화 돼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험업계는 자동차 첨단안전운전장치와 관련된 각종 특약, 할인을 개발·확대하는 한편, 보험사기와 관련해서는 금융당국과 경찰이 강도 높은 단속에 나서고 있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오는 6월 1일 이후 책임개시 되는 계약부터 스마트폰 네비게이션 앱 티맵(TMAP)을 사용하는 고객은 운전자 한정특약 가입 조건에 제한 없이 직전 6개월 동안 500km이상 주행한 운전정보를 바탕으로 안전운전점수가 70점 이상인 경우 보험료 8%를 할인 해주는 ‘안전운전(UBI) 할인 특약’을 확대 도입했다.

UBI 특약은 자동차 운전습관 연계보험으로 계약자의 차량에 장착된 내비게이션을 통해 안전운전 습관정도를 측정한 후 그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하는 보험상품의 특약이다. 이 특약은 주로 차량에 장착된 OBD(운행기록 자기진단장치)나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을 통해 운전자의 급가속 여부, 운행시간대, 급경로 변경 등 수집된 주행정보에 기반해 운전습관을 점수로 계량화한다. 기존 자동차 보험이 가입자의 연령, 차종, 사고 이력 등에만 기반해 보험료를 산출한 것과 달리 운전습관에 따라 개인 별 차등화된 보험료 산출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DB손해보험이 지난 2016년 업계 최초로 SK텔레콤과 제휴해 ‘스마트(smarT)-UBI 안전운전’ 특약 상품을 출시했고, 이후 삼성화재, KB손해보험 등 주요 손보사들도 UBI 특약을 제공하고 있다. ​보험사는 자동차 사고 가능성이 낮은 우량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가입자는도 안전운전에 신경 쓰면 그만큼 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주요 보험사들은 UBI 할인 특약과 함께 ABS(Anti-lock Brake System) 장착 특별요율과 같이 사고를 예방해 주는 장치가 설치돼 있는 경우 보험료를 할인도 제공하고 있다. ABS는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바퀴가 완전히 잠기는 현상을 방지해 차량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돕는 장치다.

이처럼 긴급제동장치나 차선이탈방지장치 등을 장착한 자동차들이 늘어나면서 보험업계에서는 첨단안전운전장치를 장착한 자동차에 대해서 특약 형태로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첨단 안전운전장치를 갖춘 자동차가 사고율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개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1.2%로 전년 동기 대비 0.3%포인트 개선됐다. 지난 2021년 자동차보험이 4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2년 연속 흑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도 자동차보험 흑자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1분기 4대 손보사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은 77.4% 전년 동기 대비 1%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보험사가 손해를 보지 않는 적정 손해율을 78∼82% 수준으로 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안정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첨단기능을 자동차보험 요율제도에 도입하기 위한 통계집적 기반을 세분화해 정비할 필요하다”며 “하지만 다양한 첨단기능 장치 탑재가 자동차사고 감소로 이어진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첨단안전운전장치와 관련된 기술의 발전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은 지속되고 있지만, 자동차보험과 관련한 사기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특히, 자동차 관련 보험사기의 주범과 가담자들이 주로 20대의 젊은 층이고, 주로 많은 인원이 동원된 조직적인 사기라는 측면에서 보험사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연령별 보험사기 적발 현황/제공=생명보험협회
연령별 보험사기 적발 현황/제공=생명보험협회

지난 3일 경북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은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혐의로 주범 A(20대)씨 등 4명을 구속 송치하고 공범 90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9년 6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안동·대구 등에서 일부러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사로부터 110차례에 걸쳐 합의금 10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주로 차선 변경이나 작은 길에서 큰길로 진입하는 차량을 노렸다. A씨 등은 친구나 후배에게 “차에 타고 있으면 돈을 주겠다”며 범행에 가담시키고, 자신이 운전하는 차량에 지인을 태워 고의로 사고를 냈다. 지인이 보험료를 받으면 일부를 건네받는 식으로 범행을 이어왔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은 진로변경 차량 등을 대상으로 고의사고를 유발하는 보험사기를 상시조사한 결과 혐의자 109명을 적발했다. 이들은 총 1581건의 자동차사고를 유발해 보험금 84억원을 받아냈다. 인당 평균 지급보험금은 7700만원에 달했다.

혐의자들은 20~30대로 일정한 소득이 없는 무직자, 이륜차 배달원 및 자동차관련업 종사자가 다수를 차지했다. 생활비, 유흥비 마련을 위해 친구, 가족, 직장동료 등 지인과 함께 자동차 고의사고를 사전에 공모한 경우였다. 2인 이상이 함께 가해자와 피해자 역할을 분담하거나 고의사고 혐의차량에 여러 명이 동승하는 식이었다.

실제 지난 2021년 기준 연령별 보험사기 적발 비중을 보면 2019년 15%에 불과했던 20대 보험사기 적발 비중은 2020년 16.7%를 기록하며 30대 보험사기 적발 비중을 넘어섰고, 2021년에는 19%로 나타나 불과 3년 사이에 4%포인트가 급증했다. 20대 보험사기는 대부분 자동차보험 사기에 집중됐고, 고의충돌이 39.9%로 가장 많았고, 음주무면허 12.6%, 운전자바꿔치기 8.2% 순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보험료 인상의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는 보험사기에 대해서는 금융당국과 경찰 등이 강도 높은 단속에 나서고 있다”며 “또 소비자들의 보험료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다양한 할인 상품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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