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노조, 4일 서울시청서 기자회견 "국토부 비판"
의결 과정도 문제…"'묻지마 찬성'으로 안건 통과시켰다"
서울시의회 "오세훈 시장, 목소리내야…소통 이어갈 것"

4일 산업은행 노동조합이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부의 부산 이전 공공기관 고시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사진=정우교 데일리한국 기자
4일 산업은행 노동조합이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부의 부산 이전 공공기관 고시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사진=정우교 데일리한국 기자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국토교통부(국토부)가 3일 한국산업은행을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고시한 가운데, 노동조합이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한국산업은행법에 '본점을 서울에 둬야 한다'라는 조항(제4조1항)이 명시돼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행정 절차를 진행한 건 "명백한 불법·탈법적 행위다"라고 비판했다.

4일 산업은행 노조는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내용과 함께 부산 이전을 적극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엔 금융노조, 한국노총을 비롯해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우형찬 서울시의회 부의장 등이 함께 했다. 또한 한국은행, 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노동조합 관계자,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 등도 참석했다. 

산업은행 노조는 "국회 정무위원회가 법 개정 전 행정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탈법적인 행위'라고 수 차례 지적했으나 금융위원회, 국토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이를 무시하고 산업은행을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전날(3일) 국토부는 이러한 내용을 고시했다. 결정 취지에 대해선 "금융 관련 기관이 집적화돼 있는 부산으로 이전함으로써 유기적 연계·협업, 시너지 효과 창출이 가능하다"라고 부연했다.

노조 측은 의결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유관기관들에 기관 내부 노사협의를 통해 이전기관 지정을 신청하라고 안내했다"라며 "그러나 금융위, 산업은행 경영진은 노조와 어떠한 협의도 진행한 적 없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김현준 위원장이 노사협의를 TF를 구성하자고 제안했지만, 산업은행 경영진은 합당한 근거 없이 대화를 회피했다는게 노조 측 이야기다. 

또한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촉위원은 상당수가 반대 또는 보류 의견을 냈지만, 절반을 차지하는 현직 장관(당연직위원)들은 '묻지마 찬성'으로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방이전에 대해 각계각층이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국은행,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들도 한 목소리를 냈다. 먼저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 위원장은 국토부의 지정을 두고 "금융산업의 지옥문이 열렸다"라고 비유했다. 그는 이어 "국책은행을 그간 서울에 둔 이유는 국제금융도시로 육성하기 위함이었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전 공공기관 지정에 대해서도 제외돼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산업은 각 산업, 기업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만드는 토대가 된다"라며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이를 망치는 일. 결국 기업은행, 한국은행에서도 지방 이전 논란 사태가 일어날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희준 한국은행 노조 위원장은 금융산업의 '집적효과'에 대해 강조했다. 국토부가 지정 이유에서 밝힌 '집적화'와 반대되는 발언이었다. 그는 "금융산업을 국제화시키기 위해선 월스트리트처럼 인적자원, 금융자본, 인프라가 집중돼야 한다"라며 "산업은행은 국내 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경제적 버팀목이다. 정치적인 목적을 위한 총선용 표팔이 수단으로 이용돼선 안된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하다못해 집을 이사할 때도 수십 번을 고민하고, 매장 하나를 내더라도 충분한 사전조사를 한다"라며 "수백조 자산의 산업을 타당성 조사나 공감대도 없이 쉽게 옮긴다는게 말이 되나. 이게 법치주의 국가가 맞나"라고 한탄했다. 

이 자리에선 오세훈 서울시장이 부산 이전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우형찬 서울특별시의회 부의장(더불어민주당 소속)은 "도시의 경쟁력은 물류, 금융에서 나온다. 의회 차원에서는 서울의 금융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오세훈 시장이 (이전을) 강하게 반대하길 바란다"라며 "이에 대해 (서울시와) 소통을 이어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산업은행을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고시한 국토부의 결정으로 부산 이전에 대한 행정적인 절차는 마무리됐다. 산업은행은 이달 말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이전 계획을 수립·제출할 전망이다. 그러나 노조의 반대와 산업은행법 개정을 앞두고 있어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