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 보험금 지급기준 강화 지시
공정위 1년 지나 담합 들춰봐 금융당국 난처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백내장 수술 관련 실손보험금 미지급 담합을 두고 주요 손보사들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백내장 수술 관련 실손보험금 급증에 대해 보험금 지급기준 강화 가이드라인을 지시했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보험사기로 보고 각 손보사에 지급기준을 강화를 지시한 것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서 담합 여부를 다시 들춰보는 것은 금융당국에 대한 공정위의 월권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손해보험협회와 현대해상·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흥국화재 등 주요 손보사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이날 현장조사는 이번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공정위의 현장조사는 지난해 백내장 이슈와 관련한 보험금 지급 거부 과정에서 손보사들의 담합 여부와 보험 상품과 관련해 부당 행위가 있었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금융 상품 관련 담합으로 손보업계를 들여다 본 것은 지난 2016년 자동차 보험료 담합 의혹 이후 7년 3개월 만이다.
지난해 1~5월까지 생명·손해보험사가 백내장수술로 지급한 실손보험금은 7409억원으로 이는 지난 한해 동안 지급된 백내장 수술 관련 실손보험금 1조1650억원의 63.6%에 해당하는 수준이고, 2020년 7937억원의 93.3%를 차지하는 규모다.
특히, 백내장수술 실손보험금 지급액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집중됐다. 1월 1297억원, 2월 1426억원, 3월 2280억원 등 1분기에 가파르게 증가했고, 4월 지급액도 1486억원에 달했다. 5월에는 보험금 지급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920억원으로 감소했다.
최근 백내장수술 관련 지급보험금이 단기간 급증한 것에 대해 보험업계는 일부 안과에서 백내장 증상이 없거나 수술이 불필요한 환자에게 단순 시력교정 목적의 다초점렌즈 수술을 권유하거나, 브로커 조직과 연계한 수술 유도 및 거짓청구 권유 등의 과잉수술 탓으로 봤다.
보험사는 그동안 약관에 따라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을 지급해 왔지만 지난해 정밀하지 못한 약관과 이를 이용한 일부 의료기관의 과잉진료 등으로 손해율이 높아졌다며 지급심사 기준을 강화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텨 2022년까지 3년 동안 접수된 실손보험금 미지급 관련 피해구제 신청이 총 452건이었다. 가운데 약 33%인 151건은 백내장 수술 관련 내용으로 집계됐다. 백내장 수술 관련 보험금 미지급 건수 중 92.7%인 140건은 보험사가 지급심사 기준을 강화한 지난해에 접수된 것이다.
소비자원이 백내장 관련 151건을 분석한 결과 소비자가 안과 전문의 진단에 따라 수술을 받았는데도 보험사가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은 경우가 67.6%에 달했다. 입원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례는 23.5%였다. 기타 사유로 지급하지 않는 건수는 13건으로 8.6%를 차지했다.
분쟁금액(보험금)을 확인할 수 있는 137건 중 미지급 실손보험금이 1000만원 이상인 경우는 48.2%인 66건으로 나타났다. 500만원 이상, 1000만원 미만인 건수는 58건(42.3%)으로 뒤를 이었다. 500만원 미만은 13건(9.5%)에 그쳤다. 소비자가 받지 못한 실손보험금 평균 금액은 약 961만원이었다.
일각에서는 백내장 수술에 대해 금융위·금감원이 보험사기로 판단하고 보험금 지급심사를 강화한 것에 대해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공정위가 나서서 담합 여부를 다시 들춰보는 것은 금융당국에 대한 공정위의 월권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이나 실손보험의 경우 금융당국의 관여가 많은 상품인 만큼 각 보험사들도 가이드라이인에 맞춰 처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건의 조사 여부와 내용에 대해선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