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보 ‘톱1’ 불과 2500억...무서운 성장세 메리츠화재

서울 테헤란로 DB손해보험 본점 전경/제공=DB손해보험
서울 테헤란로 DB손해보험 본점 전경/제공=DB손해보험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새 보험업계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첫 성적표가 발표된 가운데 손해보험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보험계약으로 장래에 발생할 보험사의 이익을 시가로 평가 계약서비스마진(CSM)에서 압도적 리딩컴퍼니 삼성화재를 자산규모 3위사인 DB손보가 불과 2500억원 차이로 추격했다. 또 자산규모 5위사인 메리츠화재도 이미 지난해 연말 10조원이 넘는 CSM을 기록한 만큼 손보업계 장래 이익 1위자리 경쟁에 참전할 전망이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상위 5개 손해보험사의 순이익은 2조108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8809억원 대비 6.9% 증가했다.

보험사별로 보면 삼성화재의 순이익은 61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7% 증가했다. 뒤를 이어 DB손해보험이 40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0% 감소했다. 메리츠화재는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4.5% 증가한 4047억원을 기록하며 현대해상을 따돌렸다. 자산규모 손보업계 2위사인 현대해상은 순이익 33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가 감소했고, 순이익 순위에서 DB손보와 메리츠화재에 밀리며 자존심을 구겼다. 같은 기간 KB손해보험은 순이익 253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5.7% 증가했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에서는 메리츠화재가 DB손보를 제치고 삼성화재에 이어 업계 2위에 올랐다. 메리츠화재는 영업이익으로 554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4.1% 증가한 반면, DB손보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5% 감소하며 5332억원을 기록해 2위 자리를 메리츠화재에 내줬다. 삼성화재의 영업이익은 83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고, 현대해상과 KB손보가 각각 4431억원, 374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실적은 IFRS17 도입 이후 첫 성적표로 관심이 쏠렸다. 금융당국과 보험사는 새 회계제도 도입을 위해 수년간 준비해 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영업 여건 등 기초 체력은 제도 도입 전과 그대로인데 회계기준 변경만으로 보험사들은 역대급 수익을 기록한 것이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평가할 때 원가가 아닌 시가 기준으로 평가하고 손익을 인식할 때도 현금흐름에 따라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 전 기간에 걸쳐 나눠 인식한다. 저축성 보험보다 보장성 보험 상품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가진 보험사에 유리하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자산은 시가로, 부채는 원가로 평가해 실적을 발표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IFRS17에 따라 손익을 현금주의 대신 발생주의로 인식하고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며 계약 서비스마진(CSM)이라는 계정을 새로 도입했다. CSM은 보험계약으로 얻을 미실현 이익을 평가한 값이다. 보험사는 CSM을 계약 시점에 부채로 인식하고 계약 기간 동안 상각해 이익으로 인식한다.

상위 5개 손보사 1분기 CSM/제공=각사
상위 5개 손보사 1분기 CSM/제공=각사

손보업계 1위 삼성화재의 CSM은 12조3501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488억원 1.2% 증가했다. 같은 기간 DB손보는 12조1000억원을 기록해 2000억원, 1.7% 증가하며 삼성화재를 불과 2501억원 차이로 바싹 추격했다. 현대해상과 KB손보는 각각 8조8718억원, 8조1900억원을 기록했다. 한편 지난해 말 이미 CSM 10조7294억원을 기록한 메리츠화재는 삼성화재와 DB손보와 비슷한 규모의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결국, 향후 보험계약으로 장래에 발생할 보험사의 이익을 시가로 평가 CSM에서 삼성화재, DB손보, 메리츠화재가 첨예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이고, 오랫 동안 삼성화재에 이어 손보업계 2위를 유지해온 현대해상은 경쟁에서 뒤쳐진 모양새다.

한편, IFRS17을 계기로 각 사의 회계 기준 자율성이 확대됨에 따라 1분기 실적 발표 전후로 보험업계에서는 일부 보험사가 자의적 가정을 활용해 CSM을 과대 산출하고 이익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의 책임준비금 외부검증 절차에 대한 전수 조사에 나서는 동시에 23개 보험사 CFO와 간담회를 열어 단기의 회계적 이익 극대화만을 추구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건전한 성장을 계획하도록 당부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은 세부적인 가정 적용 방법론과 산출 기준에 있어 회사별로 차이가 있고, 금융당국도 CSM 산출에 대한 보험사의 자율성을 존중했다”며 “금융당국이 CSM 산출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선 만큼 향후 실적부터 큰 변동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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