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KB·하나증권 검사 착수
[데일리한국 이기정 기자] 채권 돌려막기 의혹을 받고 있는 KB증권이 "만기 미스매칭운용은 불법이 아니며, 타 증권사와의 거래에 관해 제기되는 의혹도 시장 유동성 공급을 위한 것이지 손실을 덮을 목적은 아니었다"라고 반박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증권업계의 채권 돌려막기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첫 검사 대상은 하나증권과 KB증권이며, 향후 다른 증권사들로 검사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검사는 지난해 말 증권사의 랩어카운트와 특정금전신탁에서 장단기 자금 운용 불일치로 환매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에서 비롯됐다.
일부 증권사에서 단기 투자상품인 랩어카운트와 신탁 상품으로 유치한 자금을 장기채에 투자해 운용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들이 단기 채권형 상품을 원금 보장형처럼 판매했지만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장단기 금리차를 이용한 '만기 불일치 운용 전략'을 쓴 것이다.
다만, 작년 하반기 시장금리가 급등하면서 장기채 가격이 폭락함에 따라 증권사별 평가손실은 수백억원에서 1000억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사들은 이런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자전거래'를 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자전거래는 금융회사가 자사 펀드나 계정으로 매매하는 방식을 뜻한다
또 증권사들이 채권 거래를 할 때 장부에 곧바로 기재하지 않고 일정 시간 보관(파킹)하도록 한 뒤 결제하는 방식을 썼는지도 중점 검사 대상이다.
거래 사실을 숨기고 있다가 금리가 내려 채권가격이 오를 때 장부에 기록하면 실제보다 수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이를 불법거래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한 의혹을 받고 있는 KB증권은 "계약기간보다 긴 자산으로 운용하는 미스 매칭 운용은 불법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사전에 만기 미스매칭 운용 전략에 대해 설명했고, 고객 설명서에도 계약기간 보다 잔존만기가 긴 자산이 편입돼 운용될 수 있다는 내용을 고지했다는 것이다.
또 KB증권은 손실을 덮을 목적으로 다른 증권사와 거래를 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KB증권은 "지난 9월말 레고랜드 사태로 시중금리가 급등하고 CP시장 경색이 일어났다"며 "이에 따라 고객의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시장유동성을 공급하고자 진행한 거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말에서 12월 초 해당 거래를 통해 유동성을 지원했다"며 "이후 연말 회계 결산을 위한 회계법인과의 논의를 통해 CP를 장부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했으며, 이 때 평가손실을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기적으로 되돌아보면 손실을 덮거나 고객의 손실을 받아줄 목적의 거래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KB증권은 불법 자전거래 의혹에 대해서도 수익자가 동일인 경우 계좌간 거래는 자전거래를 인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KB증권은 "새로운 고객의 자금이 입금되는 경우에는 직전 고객의 자산을 이전하는 것이 아닌 운용자산을 시장에서 매수해 대응한다"며 "그 외 만기가 도래하거나 환매를 요청하는 경우 고객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매각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