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장면 이례적 공개
김여정 "주권적 권리 이익 수호" 추가 발사 예고
전승절 계기로 체제 결속할 듯…기습 발사 전망도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사진=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장면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주권적 권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재발사 의지를 강조했다. 정찰위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는 만큼, 이른 시일 내 2차 발사 시도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에서 위성운반로켓(우주발사체) '천리마-1형'이 화염을 일으키며 날아오르는 장면을 공개했다.

발사체 상단부는 몸체보다 직경이 두꺼운 형태로 파악됐다. 북한이 그동안 쏘아 올린 미사일은 탄두부가 몸체보다 얇다. 또 발사체의 화염은 최소 두 줄기가 식별돼 여러 엔진을 결합(클러스터링)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 발사체는 전날 오전 6시29분쯤 발사돼 백령도 서쪽 먼바다 상공을 통과했으나, 어청도 서방 200여㎞ 해역에 추락했다. 우리 군은 8시5분쯤 그 잔해를 인양했으며,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발사 후 2시간30여분 만에 실패를 자인했다.

북한이 실패한 과업을 세세하게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발사체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같은 무기체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정찰위성 확보에 대한 정당성을 부각하기 위한 조치로 읽힌다.

김 부부장도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그 누구도 위성 발사에 대한 우리의 주권적 권리를 부정할 수 없다'는 제목의 담화에서 "우리의 주권적 권리와 이익을 수호해 나가는 데서 우리는 그 무엇이라도 행동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다.

특히 김 부부장은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대변인이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를 규탄한 것을 두고 "자가당착의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김 부부장은 "그 누구도 미국에 특정 국가의 주권적 권리를 걸고 들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며 "우리의 위성 발사가 굳이 규탄받아야 한다면 미국부터 시작하여 이미 수천 개의 위성을 쏘아 올린 나라들이 모두 규탄받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 부부장은 "지금 이 시각도 조선 반도 상공에 숱한 정찰위성들과 고고도무인정찰기 등 형형색색의 정찰자산들을 꽉 채워놓고 눈이 빠지도록 우리의 일거일동을 살피기에 여념이 없는 미국이 우리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걸고 드는 것이야말로 적반하장격이며 어불성설"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그 주구들의 우리가 정찰위성을 포함한 우수한 정찰정보수단을 보유하게 되는 것을 제일 두려워한다는 것을 재삼 확인했다"며 "정찰수단개발에 더 큰 힘을 쏟아부어야 하겠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부부장은 정찰위성 추가 발사를 예고하기도 했다.

김 부부장은 "우리는 미국과 그 앞잡이들과는 대화할 내용도 없고 대화의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며 "우리와 대결을 추구하며 나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더욱 공세적인 자세에서 우리식대로의 대응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우리는 미국과의 대결의 장기성을 잘 알고 있다. 예상되는 위협과 도전을 의식하고 포괄적인 방면에서 전쟁억제력 제고에 모든 것을 다해나갈 것"이라면서 "확언하건대 군사 정찰위성은 머지않아 우주 궤도에 정확히 진입하여 임무 수행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지난달 3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발사장에서 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의 발사 장면을 1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이 로켓은 엔진 고장으로 서해에 추락했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발사 후 2시간 30여분 만에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3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발사장에서 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의 발사 장면을 1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이 로켓은 엔진 고장으로 서해에 추락했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발사 후 2시간 30여분 만에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정찰위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만큼, 조만간 추가 발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찰위성 발사 준비 완료 시점을 올해 4월로 예고했으나 지체됐고, 이 과정에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3차 발사가 성공하면서 마음이 급해진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위성과 발사체를 조립해 완성체를 만들고, 이를 발사장으로 옮겨 발사대 위에 세우는 데까지는 보통 4주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시기를 추정하긴 어렵지만, 북한이 '전승절'(북한이 주장하는 정전 협정일·7월27일) 70주년을 앞두고 정찰위성을 다시 쏘아 올려 체제 결속을 꾀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쏠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누리호 발사 성공의 영향 등으로 정치적인 기념일을 고려하지 않고 이번처럼 기습적으로 (발사체를) 발사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실패 원인을 꼼꼼하게 분석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되레 우리의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이 위성을 탑재했다고 주장한 발사체를 쏜 것은 2016년 2월7일 '광명성호' 이후 7년 만이다. 위성을 쏘는 데 사용되는 기술은 ICBM을 발사하는 데 쓰이는 기술과 사실상 같다. 이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용도와 무관하게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어떤 발사도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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