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감찰 거부? 국민과의 전쟁 선포와 다름 없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의원들이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중앙선관위의 감사원 감사 수용과 중앙선관위원 전원 사퇴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의원들이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중앙선관위의 감사원 감사 수용과 중앙선관위원 전원 사퇴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국민의힘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선관위가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감사원 직무감찰을 거부한 데 따른 것이다. 당 지도부에 이어 원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 전방위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5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노태악 위원장이 하루빨리 사퇴하는 것이 선관위의 쇄신을 앞당기는 것이고, 한 몸처럼 쇄신을 막고 있는 선관위원들도 전원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지금까지 드러난 선관위의 각종 의혹은 국가의 주요 선거를 관리하는 국가기관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면서 "이런 상황 속에서도 선관위가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거부한 것은 국민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를 거부하면서 유독 민주당 출신 전현희 위원장의 국민권익위원회와 민주당이 수적 우위에 있는 국회 국정조사만을 고집하는 건 민주당을 방패 삼아 비리를 은폐하고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철규 사무총장도 "비리 대상자가 조사기관까지 선택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태도"라며 "대한민국의 법과 국민을 무시하고 이런 결정을 내린 선관위원장과 선관위원 모두는 더 이상 국민을 대표해 공정하게 선거를 관리하는 책임을 질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특혜 채용 의혹을 낱낱이 밝히기 위한 감사원 감사를 즉각 수용하고, 노태악 위원장과 선거관리위원들은 하루라도 빨리 그 자리에서 내려오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5일 오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진=연합뉴스
5일 오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이날 '선관위원 전원 사퇴, 감사원 감사 수용'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노태악 선관위원장뿐만 아니라 선관위원 전원이 사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이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는 까닭은 징검다리 연휴로 선관위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로 읽힌다.

실제 국민의힘은 일요일인 지난 4일에도 이례적으로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선관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오는 8일에는 장예찬 청년최고위원과 청년들이 선관위를 항의 방문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앞서 이만희 의원 등 행안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달 23일 선관위를 항의 방문한 바 있다.

한편 이번 의혹은 선관위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 자녀의 채용 과정이 밝혀지면서 드러났다.

박 사무총장의 자녀는 광주 남구청에서 9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1월 전남 선관위가 대선과 지방선거에 대비해 실시한 7급 이하 경력직 6명 공모에 지원해 9급에 채용됐다. 당시 박 사무총장은 채용을 승인하는 최종 결재권자(사무차장)였다.

또한 송 사무차장의 자녀는 충남 보령시에서 8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2018년 선관위의 8급 이하 경력직 공모에 지원해 8급으로 채용됐다. 박 사무총장과 송 사무차장은 지난달 25일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선관위는 의혹이 불거진 뒤 자체 조사를 통해 특혜 채용으로 의심되는 사안 6건을 추가로 확인했다. 이 가운데 4건은 기관장 신고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관위 행동강령에 따르면 고위 간부들의 경우 4촌 이내 친족이 직무 관련자인 경우 기관장에게 신고하게 돼 있다.

파문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정치권에서는 감사원 감사를 통해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선관위는 감사원 직무감찰은 독립성 침해 우려가 있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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