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울산CLX.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울산CLX. 사진=SK이노베이션

[데일리한국 김정우 기자] 석유화학 업계가 업황 부진을 타개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추진하기 위해 자금 마련에 나서는 분위기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1조1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추진 안건을 의결했다. 예정 발행가액은 1주당 14만3800원이며 신주 819만주(증자비율 8.7%)가 발행된다. 최종 발행가액은 오는 9월 확정될 예정이다.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의 성장 전략인 ‘그린’ 사업 집중을 위한 자금 조달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유상증자 공시 후 주주서한을 통해 “회사의 ‘카본 투 그린’ 혁신 과정에서 배터리 사업 등 그린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그린 사업 전환 가속화를 위한 차세대 소형 모듈 원자로, 수소·암모니아 등 신사업 개발 그리고 관련 R&D(연구개발) 역량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건실한 재무구조를 확보하고자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발표한 카본 투 그린 전략에서 2020년 기준 30% 수준이던 그린 자산 비중을 2025년 70%까지 높이고 사업 구조를 그린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후 전기차 배터리, 분리막(LiBS) 등 사업에 박차를 가했고 차세대 에너지 분야 투자와 신사업 개발, R&D 인프라 강화를 위한 그린 캠퍼스 조성에 나서고 있다.

김 부회장은 “이번 유상증자는 회사가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토대로 그린 비즈 전환 가속화를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의사결정”이라며 “유상증자 외에도 자산 효율화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아울러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의 카본 투 그린 전략은 △청정에너지(수소, 암모니아 등) △자원순환 △그린 전환(SAF, 열관리 등) △이차전지 △그린 소재 △지오테크 넷제로 등 분야로 구성되며 배터리·분리막 사업을 중심으로 한 ‘그린 앵커링’, 기존 탄소 발생 사업을 그린 사업으로 전환하는 ‘그린 트랜스포메이션’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LG화학도 최근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퍼지는 등 대규모 자금 조달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 추진 관련 보도에 대한 한국거래소 조회공시 요구에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며 “당사는 3개 신성장 동력 투자를 위해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이는 앞서 LG화학이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LG에너지솔루션 지분 2조원어치를 매각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데 따른 것이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81.84% 보유한 최대 주주다. LG에너지솔루션의 시가총액이 130조원을 넘어서는 만큼 전체 보유 지분의 약 1.5%만 활용해도 약 2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이를 활용한 교환사채(EB) 발행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도 있다. 지난해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지분율을 70~80%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석유화학 시황 악화에 따라 사업 구조 재편 등 체질 개선에 필요한 자금을 동원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9일 노국래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은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글로벌 제조업 경기침체로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부진한 상황”이라며 “가동 중지, 사업 철수, 지분 매각, 합작법인(JV) 설립 등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인력 재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LG화학은 또 지난 9일 생명과학부문의 체외진단용 의료기기사업부를 1500억원에 글랜우드PE(사모펀드)에 팔기로 했다. 글로벌 신약 개발과 관련 없는 사업을 정리하고 성장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다. 배터리 소재 사업에서도 생산 효율화를 위해 전북 익산 양극재 공장 일부 설비 매각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은 △친환경 △배터리 소재 △글로벌 신약 등을 3대 신성장 동력으로 설정하고 2030년 매출 3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추진 중이다. 이들 3대 사업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21%에서 2030년 57%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특히 양극재, 실리콘 음극재 등 배터리 소재  개발에 2028년까지 10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석유화학 업계의 사업 정리·재편 움직임은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월 해외법인 롯데케미칼파키스탄(LCPL) 보유 지분 전량(75.01%)을 약 2000억원에 매각했으며, SKC는 최근 자회사 SK피유코어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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