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롯데케미칼
사진=롯데케미칼

[데일리한국 김정우 기자] 업황 악화에 시달리던 석유화학업계가 배터리·친환경 소재 등 신사업 육성을 통한 체질 개선에 일제히 나서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 각각 508억원, 26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분기째, 롯데케미칼은 4분기 연속 적자 행진이다. 금호석유화학도 전년 동기 대비 71% 감소한 130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는 전통적인 석유화학 사업에서 공급 대비 수요 부족에 시달리고 업체 수익성 가늠자인 에틸렌 스프레드(제품에서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 제외한 금액) 부진이 지속되는 등 시장 불안 여파에 고스란히 노출된 결과다. 

이에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시장 리스크 영향을 최소화하고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신사업 키우기에 전념하고 있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산업 비중을 낮추고 △배터리 소재 △친환경 소재 △신약 등 3대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배터리 소재 매출을 지난해 4조7000억원에서 2030년 30조원으로 6배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며, 친환경 소재는 재활용·바이오 소재를 중심으로 지난해 매출 1조9000억원 수준에서 2030년까지 8조원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바이오 소재 부문은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PLA)을 적극 육성한다.

최근 노국래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은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범용 사업 중 경쟁력이 없는 한계 사업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사업 재편을 시사하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은 배터리 핵심 소재로 꼽히는 동박 제조업체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인수하는 등 신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회사 롯데케미칼파키스탄(LCPL) 보유지분 전량(75.01%)을 약 2000억원에 팔아 신사업 투자 여력을 확보했다.

아울러 롯데케미칼은 기존 석유화학 사업에서 고부가 제품 경쟁력 키우기에도 투자한다. 인도네시아 반텐 주 지역에 초대형 석유화학 단지를 건설하는 ‘라인 프로젝트’에 약 5조원을 투자, 2025년부터 연간 에틸렌 100만t, 프로필렌(PL) 52만t, 폴리프로필렌(PP) 25만t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공장을 향후 고부가 화학소재 핵심 거점으로 육성, 배터리 소재와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방침이다.

금호석유화학은 기존 석유화학 산업에 더해 전기차 바이오·친환경 소재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배터리 소재 탄소나노튜브(CNT), 전기차 경량화 소재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등 사업을 육성하며 해외 기업과의 합작법인(JV) 등을 통한 미래 성장 사업 확보도 추진한다.

한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가에서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각각 8916억원, 748억원으로 잡았다. LG화학은 3개 분기, 롯데케미칼은 5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올 2분기 영업이익 119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년 동기 대비 66.1% 감소한 실적이지만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비교적 선방이며 실적 턴어라운드 시점이 당겨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0년을 기점으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친환경 화학소재를 개발하는 등 사업구조 대전환에 나섰다”며 “이 과정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석유화학 지분을 매각하고 사업을 철수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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