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BXA코인 상장을 미끼로 1120억원을 가로챘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의 항소심이 시작됐다.

검찰은 올해 1월 1심 무죄 판결 근거가 됐던 '기망행위'를 입증겠다고 밝혔으나, 이 전 의장 변호인단은 검찰의 항소 이유부터 타당하지 않다고 맞섰다. 

29일 서울고법 형사5부(서승렬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의장의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이 전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대해 '사실확인'이 필요하다면서 항소를 제기한 이유를 설명했다. 

1월까지 이어진 1심의 쟁점은 '이 전 의장이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을 기망했는가'였다. 검찰은 2018년 이 전 의장이 글로벌 거래소 연합, BXA코인 상장 등을 미끼로 김 회장에 약 1120억원을 챙겼고,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을 기망했다고 봤다.

변호인단은 반대로 △글로벌 거래소 연합 △BXA코인 상장은 계약서 작성 초기 협상 과정에서 논의는 됐지만 나중에는 배제된 내용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기망 자체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1심 재판부는 변호인단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기망행위도 성립하지 않는다며 이 전 의장의 사기 혐의를 무죄로 판결했다. 

항소심에서 검찰은 1심의 주장을 유지했다. 이와 관련, 추후 기일에서 고소대리인인 김 회장을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했다. 피해자의 추가 진술을 통해 신빙성을 입증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BXA코인 관계자, 전 빗썸 태국법인 대표 등을 증인으로 요청했으며, 글로벌 거래소 연합 사업이 처음부터 실현될 수 없었다는 내용을 담은 기술분석 보고서 작성자들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재판부는 "김병건 회장은 1심에서 2차례 증인으로 나왔다"라며 "사기사건 피해자가 항소심에서 증인으로 다시 신청됐을 때는 새로운 쟁점이 나오는 경우로, 김 회장의 신문내용이 1심과 중복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라고 했다.

이와 함께 "새롭게 신청하는 증인에 대해선 변호인들의 의견도 듣겠다. 각 증인의 신문 시간도 알려달라"라고 덧붙였다. 

변호인들은 검찰의 항소 이유가 부당하고, 공소사실이 불분명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한 "검사가 제출한 의견서에 담긴 내용이 고소대리인(김병건 회장)의 의견인지, 검사의 의견인지 모르겠다"라며 "이 사건이 '검사-피고인-변호인' 간 공방이 아니라 '고소대리인-피고인-변호인' 간 공방인 듯 보인다"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검찰은 제출 증거는 모두 1심 판결 이후 새롭게 취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사건은 2021년부터 직접 담당해왔다. 검사의견서는 직접 보완하고 수정했다"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재판 막바지 기망행위 여부를 다시 강조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은 다음 기일에 항소이유서에 적힌 기망행위 내용을 중점적으로 설명하길 바란다"라며 "누가 먼저 접촉을 했는가 등 실질적인 쟁점에 대한 사실관계에 초점을 맞춰서 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검찰은 다음 기일 1시간 가량 항소이유에 대해 설명하겠다고 밝혔고, 변호인 측도 1시간 30분 가량 구두변론하겠다고 했다. 다음기일은 9월 7일 오후 3시 열린다.